특집 - 역사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9차) 후기
>>김은미(경기 양도중)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여 KTX에 몸을 실었다.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게 슬픈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에서 열린다고 하니, 아침 준비 시간이 마치 등교를 준비하는 대학생이 된 느낌이 들어 설레었다. 교원대에 도착한 후 자연과 어우러진 교정을 보며 교육과정위원회팀과 힐링 타임을 갖고, 시작시간이 임박하여 토론회가 열리는 강의실로 움직였다.
이번 9번째 토론회는 ‘다양한 역사과 선택과목을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기존에 상당히 관심이 가던 주제여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기존 선택과목으로 동아시아사와 세계사가 있지만, ‘역사’라는 과목에 큰 진입장벽을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는 교과목임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하다. 선택과목은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과목일지라도 그 의미를 펼칠 수 없기에, 역사 과목이 조금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선택과목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역사교육계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듯하다. 한 지역 모임에서는 <여행세계사>라는 새 선택과목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번 토론회에서는 <역사하기>와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손석영 선생님께서 말해주신 ‘역사 리터러시’가 역사교육 속에서 가지는 중요성에 큰 공감을 했다. ‘역사 리터러시’란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부터 역사적 사실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한 절차적 지식을 아는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학교 외에도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컨텐츠가 많아지면서 ‘그 컨텐츠를 어떻게 소비하고 판단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역사교육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럴 듯하게 꾸며진, 보기 좋게 정련되어 있는 영상 또는 텍스트를 접할 때 학생들은 고민의 과정을 생략한 채 내용 전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하다가 가끔 곤란한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역사 리터러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역사하기>과목이 탄생했으며, 이 선택과목은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학생이 직접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매체의 컨텐츠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는 목적을 지녔다고 한다. 실제로 선생님이 중1 자유학기 주제선택 수업에서 실행해보신 <역사하기>사례는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6월민주항쟁을 가지고 영화와 교과서를 비교해보면서 어떻게 다른지 수업을 진행한 후,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사들 중 6월민주항쟁을 경험한 분들을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가는 활동을 진행하셨는데, 학생들이 이 과정에서 영화, 교과서 서술이외에 또 다른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활동이 아니었으면 학생들은 사람마다 역사 해석의 ‘다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과, 내 눈 앞에 마주한 역사가 불변하는 객관화된 역사는 아니라는 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영수증을 이용한 <역사하기>수업 사례는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수업이었다.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학생들이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인 듯하다. (다시 중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손석영 선생님이 계시는 중학교 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강태원 선생님께서 질의해주신 ‘역사리터러시’ 증진이 꼭 <역사하기> 교과 신설로만 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는 분명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교과의 수업 속에서도 다양한 역사 지식의 생성과정을 체험하거나 ‘역사리터러시’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또한 맞는 말이어서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현 시수 안에서 학생활동을 기반으로 한 역사리터러시 수업을 하기에는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민주항쟁 수업사례만 보더라도 9차시에 걸쳐 진행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과정을 단축하고자 교사의 설명을 늘리고, 학생 활동 시간을 줄인다면 ‘역사리터러시’ 조차도 주입이 되는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현주 선생님의 발표를 들으면서 첫 번째로는 교육청별로 인정교과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무지했음을 반성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근현대사>라는 과목이 사회과진로선택과목으로서 존재하고 있음에 너무 반가웠다.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을 뽑으라면 <한국근현대사>였다. 이 과목이 있었기에 역사교사라는 꿈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교육과정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한국근현대사가 없어졌을 때, 내심 아니 대놓고 너무 아쉬웠다. 우현주 선생님도 그랬다고 하셔서 (이게 뭐라고)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ㅎㅎ).
진로선택과목이기에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실제로 선생님께서 진행하신 수업은 민주주의라는 큰 주제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수업 같았다. 역사학과 민주주의, 제국주의와 민주주의, 우리 삶과 민주주의, 국제연대와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6가지 세부주제를 가지고 1년간 운영하셨는데, 그 안에서 세계사와 한국사를 망라하고, 국가사와 지역사를 넘나들고 계셨다. 특히 학교가 위치한 의정부라는 도시의 특수성을 살려 우리고장의 역사와 연결시킨 부분은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은 진정한 주제사를 보여주셨는데 수업 방법 또한 독서와 서평쓰기, 다큐멘터리·영화·신문 등 여러 매체를 이용한 학생주도의 발표 및 토론 수업, 교-수-평 일체화까지... 그야말로 ‘헉’하게 되는 클라스가 다른 수업을 보여주셨다. 해보고 싶으나 감히 엄두가 안난다고나 할까...이 발표를 들을 때 다수의 선생님들께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해서, 또 한번 (이게 뭐라고)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ㅜㅜ).
이어진 김지영 선생님의 질의는 이러한 수업을 구현하신 우현주 선생님의 노하우에 대한 질문과 <민주주의의 역사>라는 교과목을 상상해보셨다는 김지영 선생님의 구상으로 이루어졌다. 두 분의 질의응답을 들으며, 이런 수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끈기, 지구력 등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상으로 그 자리에서 샘들의 열정과 그것을 구현해내시는 능력에 감탄만 하다온, 앞으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n번째 다짐을 한, 2년차 교사의 아홉 번째 교육과정 디자인하다 (너무나 부족한) 후기를 줄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