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역사교육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배성호

장콩 선생이 만난 팔도 역사교사 6 - 배성호 선생님

>> 장용준(前 전남 함평고 교장,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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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여섯 번째 인터뷰이로 ‘배성호’을 선정했는가?

초등교사 배성호는 사람을 깜작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궁리한 장기 프로젝트들을 성공리에 수행하고는 그 결과를 거의 대부분 활자화시켜 책으로 발간하고는 한다. 이것만으로도 본인이 대단한 역량을 지닌 교사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진짜 큰일을 한 건 해 냈다. 무려 4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힘을 쏟아 부어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문을 아이들과 함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냈다. 이런 교사가 세상에 또 있으려나 싶다.

배 선생은 초등교사여서 역사 전공자가 아니다. 하지만 역사와 사회 과목의 지평을 초등에서 넓혀가는 대표적 교사이기에 여섯 번째 인터뷰이로 배성호를 초대했다. 그에게서 중등과는 결이 다른 초등 역사교육 이야기를 들어 보자.


1. 우선 축하부터 드립니다. 오래 전부터 궁리해오던 교문을 드디어 완성 했더군요. 기분이 어떠세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4년여라는 오랜 시간을 이어온 것이라서요. 사실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함께 한 학생들과 도움을 주셨던 수많은 분들이 떠올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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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들이 설계하고 아이들이 진행시킨 교문이던데, 어떻게 해서 교문을 만들 생각을 하셨나요?


많은 학교가 그렇듯 언덕 위에 위치한 학교인데.... 오래되고 육중한 교문으로 학교로 버스가 들어올 수 없어서 학생들이 수학여행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이동시 버스를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등 버스 탑승에 문제가 있었어요. 이런 불편한 문제를 동문께서 토로해 주셨는데, 그 때 대외 활동을 많이 하는 제게 교장선생님께서 교문 만들기를 제안해주셨지요.


3. 아무리 그렇더라도 설계에서 시공까지 몇 개월이면 충분했을 텐데, 왜 4년이나 걸렸나요? 또한 진행과정에서 포기하고 싶거나 좌절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나요? 나 같으면 쉽게 포기해 버렸을 것 같은데....


사실 첫해 교문 만들기 과정은 너무나 멋지고 제 교직 생활의 전환점이 될 정도로 좋았습니다. 기꺼이 이 과정을 위해 도움을 주신 학교 밖 벗들 덕분에요. 함께 수업을 열어가고 있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님 덕분에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학술동아리 디자인어스 팀과 함께 교문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디자인어스의 학부생, 대학원생들과 함께 시작했고, 전문적인 부분은 에브리아키텍츠 소장이신 강정은 건축가께서 함께 해주셨지요.


전교생의 아이디어 공모를 얻고, 그렇게 해서 나온 100여편 사례를 다시 분석해서 디자인어스와 또 건축가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하는 워크숍을 통해 교문안을 도출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은 최근 교육부에서 열어가는 학생참여 학교공간혁신이 나오기 전에 자발적으로 열어간 유쾌한 교육 경험이었습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저는 달마다 발행하는 학교통신 자료를 발간하면서 이 내용을 학부모님들과 공유하면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최종안을 7개월 가량해서 도출했는데.... 그런데, 소방안전규정 강화로 인해서 최종 설계안보다 높이를 많이 높여야하는 문제와 마주했습니다. 결국 그로 인해 첫해 계획이 실행되지 못하고, 2년차로 접어들었습니다.


2년 차에는 강정은 건축가 일정이 되시지 않아서.... 홍경숙 건축가께서 고맙게 새로 함께해주셨답니다. 디자인어스와 또 전교생이 함께 도전을 해서 설계안을 완성했는데, 이번에는 당초 설계했던 교문 위치가 좀 그런다고 학교운영위에서 조정을 원해서 또 미뤄지게 되었답니다.


3년차에 도전을 하는데, 이번에는 재원을 조달해주시기로 한 동문 선배 사정이 나빠지면서 진행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이를 어찌할까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였답니다. 심지어 꿈에 교문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레고로 다리를 만든다면’이란 글을 보고 레고로 교문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서 레고 회사에 연락도 해 보았답니다. 일련의 고민 속에서 주변 분들이 늘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왜 시도도 하지 않느냐고 제안을 주셔서 아이들이 교육감님께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들 편지에 교육감님께서도 감동받으셨다면서 직접 답장을 주시면서 예산을 지원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4년여 만에 교문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한 약속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지내올 수 있었던 듯싶습니다. 무엇보다 올해가 이곳 삼양초에서 5년차로 마지막해인데, 교문 완공을 보고 떠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4. 최초로 기획한 4년 전 아이들은 이미 중학생이 되어버렸을 텐데, 그들도 계속 교문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나요?


졸업한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비롯해서 학교에 오면, 아직도 교문을 만들고 있느냐면서 오히려 격려를 해 주고 갔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원안대로 진행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고요. 사실 중학생이 되면서 참여는 함께 못하지만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그 자체가 제게는 큰 힘이 되었답니다. 물론 부담도 되었고요.


5. 교사 1인이 교문과 같은 학교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진행 과정에서 관리자나 교육행정 당국과 갈등은 없었나요? 있었을 것 같은데.... 갈등 조정은 어떻게 했나요?


진행 과정에서 다행히도 갈등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활동을 열어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덕분에 앞서 말씀드렸던 서울시립대 디자인어스 팀과 또 건축가 샘과 함께 수업을 모색하면서 학생들과 교문 설계와 의견 조사를 즐거운 축제처럼 열어갈 수 있었답니다. 다만 3년차 이후에는 학교에서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답니다. 그리고 이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고요. 그 때 아이들 덕분에 힘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네요.


6. 이건 제가 서울 학교 사정에 어두워서 드리는 우문(愚問)입니다. 농촌 지역 학교들의 경우 학생들과 이번 건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눈도 고려해야 하는데,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동문회의 제안으로 시작한 것이라 기본적인 응원을 받으면서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님들과 함께 풀어가기 위해 삼양통신 등을 소통해서 좋았고요. 학부모님들께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간다는 점에 응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7. 듣고 보니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그런 선생님을 평소에 알고 지낸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배 선생님 배움 현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요. 배 선생님 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초등 역사 연구자 겸 교사로 생각되는데, 어떻게 해서 역사 공부에 발을 들여놨나요?


‘만남과 친구’라고 할까요. 만남을 통해 열어가는 우정의 연대가 지속되면서 이렇게 제가 교사로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중 가장 소중한 만남은 최종순 선생님과의 인연입니다. 최 선생님을 통해 역사와 사회를 연구하는 초등교사 모임(역사초모)에서 함께 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후 자연스럽게 전국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과 만나게 되고, 또 학교 밖 전문가 분들과 협업하는 수업을 해나가면서 지평을 넓혀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건 아주 감사해야 할 일인데, 역사초모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경남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과 인연이 맺어지며 일본 치바현 역사교사협의회 선생님들과 한일수업교류 모임을 10여년 넘게 해올 수 있었습니다. 또 한일역사공동부교재 ‘마주보는 한일사’ 집필진으로 참가한 것도 제게는 역사를 보는 눈을 틔워 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더불어 제주대 류현종 선생님과 교원대 김한종 선생님을 뵈면서 부족하지만 역사교육에 대해 생각을 틔워가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8. 배 선생님 외에도 초등에 역사를 진지하게 연구하며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계신가요?


찾아보면 의외로 많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역사초모를 비롯해서 현재 역사교육연구소의 ‘어린이와 역사교육’ 분과 선생님들도 있고, 또 지역 곳곳에서도 역사를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다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심은 많지만 막상 함께하지 못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선생님들도 제법 있답니다. 이 분들이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역 모임 선생님들과 연계해서 함께 하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 저는 ‘배 선생님이 참 대단하다’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아이들의 역사 공부에 필요한 책을 발간하고 계시더라고요. 아무리 초등용 책이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진행하면 거의 쉬는 시간 없이 공부하고 원고 쓰고 해야 할 터인데, 평소에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하시나요?


기본적으로 함께 공부하며 더불어 뜻을 모아가는 분들 덕분이랍니다.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과 더불어 협력 수업을 많이 모색하고 있는데.... 이 분들과 함께 수업을 모색하고 이 활동들을 메모하고 기록한 덕분에 책을 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원고 작업은 꼭 시간을 내서 하루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통해 마련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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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호 선생님이 그동안 직접 쓰거나 공저한 펴낸 책들



10. ‘월간 배성호’ 프로젝트는 ‘월간 윤종신’의 영향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때요. 잘 진행되고 있나요?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인데, 알고 계시네요. 감사하게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고 있답니다. 사실 책 한권이 나올 때마다 대략 준비 기간이 2~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요.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아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깊이가 부족한 것을 체감하기도 하고요. 다만 저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아이들과 함께 활동한 내용들을 책으로 담아내면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함께 공명하는 것이 제 몫이 아닐까 감히 헤아려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분명하건만, 원고 마감 앞에선 한없이 약해집니다. 그래도 함께 공유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매일 감사할 뿐입니다. 다만 월마다 발간하지는 못하면서도 ‘월간 배성호’라 이름 붙인 이유는 비록 책을 펴내는 일은 대단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월마다 1권씩은 발간한다는 소망을 담아본 것입니다. ‘월간 배성호’는 우연히 오래 준비했던 책들 출간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여러 권이 줄줄이 나오자 농담 삼아 명명되었던 것이고요. ^^



11. 지금까지 세상에 내보낸 책이 몇 권이나요? 꽤나 많을 것 같은데요.


혼자 쓴 책과 함께 쓴 책을 합쳐 20여권 넘는 책을 썼습니다. 여전히 글을 쓰고 있지만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책을 쓴 것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시작된 점도 있습니다. 아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역사를 기록하고 또 공유하면서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아이들과 활동을 기록으로 담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정성적인 부분을 중시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비바람이 불거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 도시락 먹을 장소가 없어서 불편을 겪는 친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활동과 안전지도를 만들어 동네를 바꿔나간 이야기들을 책으로 쓰면서 공감대 형성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친구들과 4년여 동안 평화를 주제로 그림 편지를 교류했는데, 이를 책으로 담아내었을 때는 뿌듯했고 그런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준 여러 사람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이건 좀 놀랄만한 이야긴데요, 2000년대 초반까지 초등 사회교과서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국민들의 사치와 향락 때문이라고 서술해 놨습니다. 여기에 대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에서 교과서의 영향력은 매우 강합니다. 교과서가 어린이 출판물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최소한 제대로 된 사실에 기반하고 또 돈벌이 중심이 아니라 행복 중심에 맞춰 어린이 경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100주년을 맞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그리고 헌법에 대한 책을 펴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안전하지 못한 일터 환경 문제를 역사적으로 살피면서 공인노무사 분과 함께 <일과 권리 탐구생활>이란 책을 마련하였습니다.


12. 초등에서 역사 교육을 하면서 중등 역사 선생님들께 말하고 싶은 거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제 느낌으로는 상당히 있을 것 같은데.... 부탁도 좋고, 불평도 좋고, 두루두루 역사를 사랑하는 초등 샘의 입장에서 중등 역사 샘들께 몇 말씀 들려주시죠?


오해와 이해를 넘나드는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한 듯싶어요. 사실 학교 급별이 다르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측면이 많은 듯싶습니다. 실제로 같은 초등도 1학년과 6학년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여기고 있거든요.

서로 바쁜 상황에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이 아닌가 싶어요. 6학년과 중1은 선생님들이 함께 만나 재밌게 수업을 풀어갈 수도 있을 듯합니다. 6학년 친구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 사항들과 이 질문에 대해 중학생이 답변을 주는 방식의 교류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 소통을 자주 하다보면 서로를 알아가는 새로운 창이 열릴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실험 삼아 몇 차례 중학교 선생님들과 이 수업을 열어보기도 했습니다만....


13. 현재 초등 역사교육에서 시급한 현안은 무엇일까요?


나무만 보고 숲을 살피지 못하는 측면이 아닐까 싶어요. 빡빡한 교육과정에 따라 많은 내용을 다루다보니 여전히 초등학교 현장에서 빈 칸 채우기 형식의 역사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단순히 초등 역사교육이 아직도 이 모양이냐고 볼 것이 아니라 왜 그런가를 함께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재 초등 선생님들은 교육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 역사교육 강좌를 한 시간도 수강하지 않고 졸업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 역시도 사회과교육1, 2에서 다 일반사회 전공의 선생님과 수업을 했답니다. 결국 이로 인해 저도 ‘역사초모’와 ‘어린이 분과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때 배웠던 예전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치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렸을 지도 모릅니다.


최근에는 역사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취지로 교육청 차원에서도 초등 선생님 대상 강좌가 열리고 있답니다. 이런 점에서 초등 선생님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역사 수업 이야기 나눔 자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다행히도 역사교육연구소 ‘어린이와 역사교육’ 분과 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초등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많이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초등 선생님들께서도 역사 수업에 관심이 많으시기에 이 점은 중등 선생님들과 함께 풀어갈 여지가 많을 듯싶어요.



14. 가정사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그래도 실례가 되지는 않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선생님처럼 살면, 가족들에게는 좋은 아빠가 되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솔직히 부끄러운 부분이지요. 삶의 조화를 다시 생각하면서 일상의 리듬을 바꾸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제가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잠들었다가 일하는 시간을 새벽으로 옮겼습니다. 덕분에 저는 다크 서클이 내려오면서 쿵푸펜더가 되고 있답니다^^ 생활의 리듬을 찾으면서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15. 혹시 좌우명이나 비전으로 삼는 경구가 있나요? 있다면 그런 문장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이유는?


최종순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교사는 아이들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씀을 새기고 있어요. 고맙게 다채로운 활동들을 펼치다보니 역설적으로 바로 제 앞에 있는 학생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는 상황과 마주하면 늘 제 존재 이유를 다시 되새겨보거든요.

더불어 드넓은 세상을 배움터 삼아서 유쾌하게 수업을 열어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다양한 분야를 살고 있는 분들과 아이들이 만나는 수업을 통해 저 역시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체감하고 있거든요.


16. 앞으로 계획하거나 꼭 하고 싶은 일은?


아이들과 함께 열어온 활동들을 책으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당장은 4년여의 과정 끝에 마련한 교문 이야기 책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만들기를 위해 유해물질 조사 수업을 하고, 또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학생들이 안전마크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정책화되는 데 작지만 필요한 역할을 해 보고 싶답니다.


끝으로 꾸준히 박물관 큐레이터, 건축가, 시민활동가 그리고 현장 선생님들과 더불어 박물관 전시 다시 보기를 열어가고 있는데 이 부분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박물관 전시와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또 책으로 정리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 절친 박찬희가 본 ‘배성호’

배성호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오래 전 어느 뒤풀이 자리였다. 우연치 않게 <행복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주제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싶었다. 다시 만난 건 6년 전 여름이었다. 사진과 그림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한국사 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권짜리 책으로 나오기까지 2년 반 동안 한 달에 한두 번은 회의를 했다. 각자 써온 원고를 읽고 토론하였는데, 회의는 늘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그때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 작업을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어느 날 배 선생님은 박물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작업을 제안하였다. 어린이들 대부분이 박물관을 지루하게 여기던 터였다. 관심 있는 사람들과 박물관을 살펴보고 토론하고 의견을 박물관 측에 전하였다. 이 작업에는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교사들이 함께 하였다. 가끔 “배 선생님이 하면 뭔가 판이 커져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만약 교사가 아니었다면 뛰어난 조직가가 됐을 거라고 믿는다.

배 선생님의 관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즐겁고 흥미로운 박물관 모델을 찾아서 독일로, 영국으로, 프랑스로,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 책을 내기도 했다. 내 주요한 관심사도 박물관이어서 만날 때면 박물관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 그는 참 집요한 면이 있다. 그 집요함이 상상으로 끝났을지 모를 일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그 결정판이 4년에 걸친 교문 만들기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과 함께 어떤 교문이 좋을지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모으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를 했다. 산 너머 산이라고 한 고비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다가왔지만 끝내 교문을 만들어냈다. 교문뿐만이 아니다. 학교 안의 공간도 아이들과 함께 바꾸고 학교 주변의 안전지도도 만들었다. 그에게 세상일이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다.

한번은 배 선생님 학교 근처에 갔다가 잠깐 학교에 들렀었다. 그때 어린이들과 함께 쓰고 있는 글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일의 중심에는 늘 어린이들이 있어 어린이들의 의견을 듣고 같이 고민하고 계획을 짰다. 그의 말대로 어린이는 미래의 꿈나무가 아니라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주체였다. 전에 교실로 특강을 갔을 때 만난 환한 얼굴들은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배 선생님에게 여러 번 놀라지만, 가장 놀라는 것은 책이었다. “제가 이번에 평화에 대한 책을 썼어요.” 한 권 쓰는 것도 힘든데 월간 배성호라는 별명처럼 일 년에 여러 권 나온다. 어떻게 가능할까? 평소에 부지런히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하고 틈틈이 모아두지 않으면 힘들다. 이 책들은 생활밀착형이어서 학교 현장에서 진행했던 일들이 대부분이다. 직접 했던 사례들이 책으로 모이고 이 책은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필요한 곳에서 꽃을 피운다.

“뭔가 꿍짝꿍짝 해보려고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일이 생긴다. 아마 지금도 그는 어디선가 꿍짝꿍짝 하고 있지않을까?

*** 이 글을 쓴 박찬희 님은 ‘박찬희박물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두근두근 한국사>를 배성호 선생님과 함께 집필한 역사 저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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