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역사과 평가 혁신과 성찰1/2

기획 대담 : 신규, 1정, 경력 교사가 나눈 ‘평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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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야기 >> 기획기사 : 역사과 평가 혁신의 성찰 1/2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고’

평가 혁신에 대처하는 역사교사의 자세

- 1년차 교사, 5년차 교사, 경력 교사가 나눈 ‘평가 혁신’ 이야기



수행평가, 과정중심평가. 결과보다는 학습자가 수업 과정 중에 보인 변화를 중점에 두고 고민하는 평가…. 이러한 ‘평가 혁신’은 1990년대 이후부터 단편적 지식을 측정하는 전통적 평가의 대안으로 대두됐다. 도입된 지 20여 년. 2018학년도 각 시・도 교육청들은 평가계획에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수행평가 비율을 높여가며 평가 혁신을 요구 하였다. <표 1 참고>


2019학년도에는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수행평가의 비율은 더 높아질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9학년도부터 교과의 학기말 배점 환산기준으로 50%이상(이전 학년도 45%이상)을 수행평가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에도 평가와 관련해 비슷한 맥락에서 변화가 있는데, 수행평가 영역의 경우 학기말 배점 환산기준으로 40%이상(현행 30%)으로 그 비중을 확대하고, 수행평가 영역의 비중이 60% 이상일 경우 가능했던 ‘지필평가 횟수 축소(학기당 1회)’의 경우에도 축소 조건을 교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한편 평가 혁신에 대한 요구도 교육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수행평가 대신 서・논술형 평가의 의무 반영률에 각별하게 신경 쓰는 교육청도 있다. 심지어 수행평가에 포함된 서・논술형 평가 외에 ‘순수하게’ 지필평가에 포함된 서・논술형의 비율을 강제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지필평가의 ‘객관성’을 갖추어 교과협의회를 통하여 결정한 채점 기준을 명확하게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아마 평가 혁신에 대한 많은 요구 속에서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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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2018학년도 각 시・도교육청 학업성적관리지침 내 수행평가 내용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각 교육청별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은 교사들의 손에 들어와 평가 계획을 세우는 기준이 된다. 지역별, 학교별로 마주하게 되는 구체적인 모습들은 분명 다르다. 그렇지만 평가 혁신 요구를 마주한 교사들은 묘한 지점을 보게 된다. 어느 지점에서는 교사별 평가를 말하며 교사의 평가 재량권을 넓혔다는 반가움을, 어느 지점에서는 평가에서 객관성을 요구하는 풍토에는 대처하지 못하고 교사의 변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는 불편함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역사 교사들은 이를 사회 변화에 따른 과도기로 믿는다. 이러한 고민들을 현장 속 역사교사들의 목소리를 <역사교육>이 기획 대담을 통해 직접 들어보았다 / 편집자주


대담은 2019년 02월 01일 전국역사교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렸다.


2019년 2월 1일, 전국역사교사모임 사무실(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세 명의 교사가 만났다. 신규 발령 후 1년을 보낸 2년차 이상규(충북 황간고), 작년 겨울에 ‘1정 교사’가 된 조혜민(서울 홍은중), 다양한 수업 실천을 해온 경력교사인 윤종배(서울 중평중). 경력은 다르지만 평가 혁신에 대한 경험과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그 궤적을 따라가 봤다.

편집부 : 선생님들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선생님들께서 처한 학교의 근무상황과 각자 실천한 역사과 평가 부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주세요.


이상규 : 작년에 임용된 1년차 교사로 최근 학급수가 줄어 작년 5개 학급, 올해 4개 학급, 내년 3개 학급으로 줄어드는 황간 지역 작은 고등학교에 근무 중입니다. 평가 부문에서는 민원이 적어)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편이라 제가 하고픈 평가를 다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년차인지라 (수행평가를 고민하여)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발령받자마자 전에 있는 교과 계획을 참고하여 형식만을 수정하여 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등 3개 학년, 3과목 수행평가 전부를 준비해야 해서 과목마다의 특성을 살린 수행평가를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형식은 통일하되 내용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응용하였는가를 평가하였습니다.



조혜민 : 저는 이번 (겨울)에 1정 연수를 받았습니다. 저는 학습지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틀이 되는 것은 학습지이고요, 학습지 안에 있는 발표과제라든지, 수행과제를 넣어 발표를 하거나 토론이나 활동을 하는 식입니다. 중학교 시수나 과정 내에서 발표를 준비하고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여 그 시간 내에 해결하도록 하는 데에 포커스를 두었기 때문에 UCC라든지 역사신문을 만드는 것과 같은 ‘화려한 활동’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수행평가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되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하는 것도 민원이 많아요. 왜 조별활동을 하느냐는 등. 맨날 우리 애만 독박 쓴다는 등. 그러다보니 교장, 교무부장도 수행평가 비율을 높이는 걸 꺼려하죠. 부담이 너무 커요.



윤종배 : 그럼 이제 제가 ‘화려한’ 수행평가를 얘기할 차례인가요. [일동 웃음] 수행평가는 학교의 여건이나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혁신학교에 있을 때에는 1년 동안 여섯 번 이상의 수행평가를 했었고 한창 연극에 미쳐 있을 때에는 여덟 번을 연극과 관련된 수행평가를 한 적이 있어요.[웃음] 그런데 그 때는 열정이 넘쳐서 그랬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었고, 혁신학교에서는 수업과 평가 혁신이 권장되는 경우이고 저도 다양한 수행평가를 해서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컸지요.

그러다 다시 일반 학교에 오니 선생님들이 그런 평가를 너무 낯설어하고 힘들어 하는 거예요. 그리고 혁신학교는 학급 당 인원수가 적고, 서울 외곽 지역에 배정되어 있는데 제가 옮긴 학교는 이른바 ‘빅5’로 손꼽히는 민원과 관심도가 높은 학교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그런 평가를 두려워하고 예민해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많이 줄여서 진행했는데 그러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 게 조혜민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일상의 수업이 성장의 기록이 되려면 학습지라 부르든, 활동지라 부르든 ‘매 시간 제공되는 수업의 매체에 어떤 기록이 남는가’, 이것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개인 점수를 그것으로 하고, 또 뭐든 표현을 해야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움이라는 말의 정의를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겠지만 저는 학습한 내용을 자기 언어로, 자기 몸으로, 자기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즉 자기 언어로 진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봐요. 수업 내에서 발표가 갖는 의미가 굉장히 크고, 발표를 통해 서로 배움의 내용을 공유가 할 수 있잖아요. 각자 개인 글쓰기만 하면 개인의 생각이 얼마나 자랐느냐를 교사가 판단한 것일 뿐인데 친구들에게 내놓고 나면 반응에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그 자리에서 수정 하거나 시사 받는 점이 있을 수 있고…. 그러니 되도록 발표하고 공유하려 하지요.

아무리 민원이 있을지라도 모둠활동은 꼭 해요. 답사 보고서를 팀 짜서 갖다오게도 하고 역사신문을 하게도 하고 또 독립군가 같은 경우는 노랫말을 지어 쭉 연결해서 하나의 스토리가 되게끔 시도하기도 합니다. 여튼 우리가 이름 하여 ‘민주시민교육’을 한다고 할 때 내용과 가치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짐이 되는 게 아니라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해야 서로 연대하고 공존하는 게 가능한 거잖아요. 그래서 모둠활동 과제는 꼭 넣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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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 선생님들께서 실천한 다양한 수행평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실시 과정에서 고민되는 지점을 말씀해주셔도 좋아요.


이상규 : 작년엔 작성한 활동지를 학기마다 모아서 평가하는 포트폴리오 항목, 과거 상황을 반영한 국민청원 작성 항목,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크기로 카드뉴스 작성 항목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이라기보다는 평가 계획을 조금 꼼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때는 카드 뉴스 수행평가를 진행할 때였습니다.

학생들이 항상 핸드폰을 쥐고 있고 SNS를 많이 해서 카드 뉴스를 많이 접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또 아니더라고요. 제가 추구했던 방향은 윤종배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내용을 읽고 압축해서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을 원했는데 학생들에게 받아들이기에는 (단순히) 내용을 재반복 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형식만 갖추어 만들더라고요.

또 수행평가 시즌이 있어서 다 몰릴 때 수행평가만을 붙잡고 (긴 호흡을 가지고) 교사의 평가 의도를 반영하여 깊게 사고하고 수행하지 않는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도 같아서, 올해 수행평가를 할 때에는 좀 더 세밀하게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혜민 : 학생들에게 책을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어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라는 연수를 듣고 국어과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해서 수행평가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없는 시수를 쪼개서 한 달 동안 책을 읽히고 정리하고 감상문을 쓰도록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데 꽤 학생들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뭐, 수업을 안 해서 좋아했겠죠?[웃음]

조선시대를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죠. 이미 학교에 세 질정도 구비를 하고 학생들에게 주고 읽으라고 하였을 때 만화이기도 하고 본격적인 수업도 없고 하니 재미있었어요. 수행평가가 끝났을 때엔 “왜 오늘은 책 안 읽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데 저는 거기서 원하는 게 그렇지 많지 않았어요. 그냥 애들이 원하는 책을 읽게 하자. 책 정리한 내용이 좋았든 그렇지 않았든, 정리한 분량만 채우면 거의 다 만점을 줬고. 그래서 그 수행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고, 만일 시수가 확보되면 지금도 해보고 싶은 수행평가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는 시수 확보가 안 되어 진도를 너무 힘들게 나가서 다시 시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이런 식의 의미 있는, 교사가 하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형 수행평가는 시수 확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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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배 : 주로 수행평가를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다보니 진도 문제 걱정도 하고 어떻게 꾸밀까, 어떻게 평가할까 등을 많이 고민하시는데 저는 역으로 수행평가 혹은 과정평가가 그야말로 수업 과정 중에서 이뤄지는 게 맞다면 활동지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의 사례입니다만 활동지의 끝에다 코너를 하나 만들어요. 이름 하여 ‘배-느-질’이라는 건데, ‘배운 점, 느낀 점, 질문할 점’ 이것을 마지막에 한 줄씩 칸을 만들어 넣자는 거죠.


편집부 : 일종의 수업 일기를 변형한 거지요?


윤종배 : 네, 비슷한데, 수업 일기는 따로 써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수업 일기를 쓰게 했더니 나는 일지를 쓰고 학생은 일기를 쓰고. 너무 괴롭더라고요.[일동 웃음] 그래서 이걸 보고 되게 솔깃했는데, 대개 배운 점 정도는 쓰고, 느낀 점은 쓰다 말다 하는데, 질문이 중요한 거죠. 질문의 수준이나 초점에 따라서 내가 의도한 수업이 학생에게 잘 먹혔는가, 혹은 미흡해서 여전히 궁금하다든지 아니면 의견이 아예 다를 수도 있는 거고. 여튼 ‘배-느-질’이라는 이름으로 한 줄씩 쓰게 하면, 애들이 중학생이라도 한 줄씩은 쓸 수 있잖아요. 그걸로 수업 피드백을 교사 스스로 받는 거지요. 교사 스스로 성찰하는 피드백이 되고 학생이 어디만큼 쫓아왔는지를 보고 성장을 위해서 되새겨주는 그런 작업도 가능한 게 활동지 맨 끝의 이 세 줄을 만드는 지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과정중심평가, 명확한 정의와 실체를 찾아서


편집부 : 자연스레 수업 과정에서 평가를 진행하라는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과정중심평가’, 그 정확한 정의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선생님들께선 어떻게 이해하고 계세요?


이상규 : 경험이 일천하고 이해도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학생들이 완결된 성과로 성취 정도를 평가하는 기존의 평가 방식과는 달리 교사가 수업에서 본 학생의 관찰 평가, 활동지를 통해서 과정의 정도를 점진적으로 누적시켜가는 평가라는 봅니다.


조혜민 : 예전에는 단순하게 ‘시간을 따로 내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의 활동을 그대로 평가로 가져가는 것’이 과정중심평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1정 연수를 듣다 보니까 우리고 과정중심평가라고 부르는 것에 굉장히 많은 조건들이 있더라고요. 학자나 교사들 별로도 말이 다르기도 하고요.

제가 그걸 종합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수업 방식에서는 흔히 말하는 수업 혁신을 전제하고 있어요. 과정중심평가를 하려면 수업을 강의식으로 하는 게 아니고 방법상 학습자 중심, 배움 중심으로 디자인된 수업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구안된 수업 과정에서 단계별로 나온 포트폴리오식 과제나 활동 결과에 대해 교사가 지속적으로 피드백하고, 그 피드백을 통해서 학습자가 성장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것을 교사가 다시 기록하기도 하고요. 또한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도 또 평가하고….

그리고 과정중심평가에 대해 알려주시는 강사님들이 지필 평가 얘긴 거의 안 하신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지필평가의 비중이 굉장히 축소되는 것 같고 이 수행의 과정을 피드백과 학습자의 성장으로 높여가고 그것이 나중에 생활기록부에 기록으로 표현되어 가는지 등 일관성 있는 흐름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엄청… 힘든 것이더라고요.[일동 웃음]


윤종배 : 예전에는 사전적인 의미로 평가가 ‘수업이 다 끝난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결과로 알아보는 것’, 즉, ‘결과로서의 평가’라는 측면이 아주 많았는데, 이제 그렇게 가지 말고 ‘학습을 돕는 평가’, ‘학습을 위한 평가’로 가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나아가서는 결과가 나오면 학생에게 즉시적인 피드백을 해줘서 그 자체가 학습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한 마디로 ‘수업 과정에서 평가가 이뤄져서 그걸 수업이자 평가인 것으로 지향하자는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과정중심평가에 대해 저마다 의견이 다르고 명확한 정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학문적 정의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일종의 ‘정책 용어’예요. 2015년도인가 교육부 차관이 앞으로는 수업 과정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한 것을 그대로 따다가 명명한 것이기 때문에 수행평가냐, 지필평가냐, 이런 게 굉장히 논란이 되는 거고, 지금도 약간씩 다르게 독해하고 있는 거지요.

제가 그냥 제멋대로 과정중심평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의를 해봤습니다.

첫째로는 ‘커리큘럼(Curriculum)’이라는 측면에서 정리해 봤어요. 교육과정 내 성취기준에 근거로 공부한 것 중 꼭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는 평가여야 한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프로세스(Process)’라는 뜻도 있잖아요. ‘과정’ 말이에요. 수업에서 평가까지 온전히 하나의 유기적인 과정으로 평가한다는 측면도 있죠.

역시나 말장난인데 교과의 정수, ‘에센스(Essence)’라는 뜻도 있다고 봐요. 이 교과에서 꼭 교과의 문법에 맞게 익히는가. 말하자면 “역사를 역사답게 공부하는 게 뭘까?”, “역사를 공부한다면 무엇을 성취해야 할까”, “어떤 배움과 성장이 있어야 하는가” ….

이러한 것들은 고민하는 평가가 과정평가라고 하고 말을 갖다 붙여 봤는데, 이 장황한 얘기의 끝은 결국 “수업과 평가가 따로 놀지 않고 계속 연결되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논의들의 논점이 ‘평가 방식을 바꾸면 수업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급기야 이런 말이 나왔거든요. ‘역행 설계(Backward Design, 백워드 수업 설계)’라고요. 이를테면, 시험문제를 다 내놓고 “요걸 평가할 거니까 이걸 가르쳐야지”라고 역으로 규정하는 건데 그렇게 되면 수업과 평가는 훨씬 긴밀해지겠죠. 당연히 수업한 것이 평가에 나오게 되겠지만 문제가 있죠. ‘역사과’라는 과목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을 다양하게 해볼 수도 있고 인문학적인 성찰이나 통찰도 많이 줘야 하는 과목이라 많은 역사교사들이 역사과가 일종의 암기과목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과연 이렇게 역으로 규정해서 출제할만한 것들 위주로 가르치면 그런 ‘의외의 배움’이나 이른바 ‘창의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과연 충실히 이뤄지겠는가라는 의문이 들고 과연 역사를 역사답게 배울 수 있겠는가 하는 그런 걱정이 많이 됩니다.


교수평기 일체화, 문제는 없을까?


편집부 : 평가에 종속된 수업에 대한 우려 섞인 이야기를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보죠. 최근 수업 및 평가 혁신과 관련하여 ‘교수평기’ 일체화라는 논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수업-평가-(학생부)기록을 일체화시켜 수업 혁신의 동력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 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혜민 : 제가 1정 연수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윤종배 선생님께서는 조금 비판적으로 보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교-수-평은 모르겠지만 ‘기(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말씀해주셨어요.


윤종배 : : 1정 연수 때 어떤 얘기를 했느냐면, 교수평기 일체화든 무엇이든, 교육과정 자체가 타당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 위에 서 있어야 하는데, 역사과 교육과정의 경우 그동안 교사와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 거예요. 현장의 필요가 충분히 반영된 교육과정이 아니라는 것이죠. 예를 들면 교육과정 개정 시기가 되면 개정을 위한 논의에 각 시대사 연구자, 세계사 연구자들이 주로 들어오게 되죠. 이들은 겉으로는 학회에서 추천받은 1인이지만, 어떤 공감대도 없이 그냥 개인적으로 와서 서로 자기 시대나 주제에 대한 지분 다툼, 영역 싸움을 하다가 시간에 쫓기면 결국 봉합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게다가 논의가 내용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현장 교사가 들어가더라도 시대나 주제에 대해서 박사급 연구자들만큼 알 수가 없잖아요. 우리가 가르친 경험으로부터 어떠한 그림이 그려져서 그 분들이 결합한 게 아니라 거꾸로 그 분들이 개별적으로 와서 자기 주제나 시대에 대해서 주장하면 역사교사들은 거의 발언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봉합되는 형태가 되는 거죠. 그래서 교육과정이 막상 공개됐을 때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어요. 결국 교육과정 자체가 타당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그것에 근거해서 교수학습을 하고 평가를 하고 기록까지 하는 게 맞느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우선 있겠고요.


또 하나는 수업을 고민하는 연장선에서 “이걸 어떻게 배움을 확인할까”, “성장을 촉진할까”하는 맥락의 평가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굳이 우선순위를 보자면, 수업의 맥락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인데 평가부터 먼저 생각하고 역으로 수업을 규정하는 문제는 아까 말씀드린 그 측면(평가가 수업을 규정하는 문제)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다음에 수업을 한 것이 과연 하나도 빠짐없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죠. 예를 들어 “인문학적 통찰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역사적 상상력을 무엇으로 갈음할 것인가” 등 이런 것은 고민이 되는 지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결국은 수업은 풍부하게 근사하게 하고, 실제로 평가를 할 수 있는 국면은 그대로 다 100%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할 만큼의 평가 도구도, 기준도, 피드백 할 만한 우리의 경험도 축적되지 않았어요. 적어도 역사과의 경우가 그렇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가 생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록’도 결과적으로는 수시(특히, 학생부종합전형) 이쪽의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록에 힘이 많이 생긴 건데, “누구를 위한 기록인가”, “대학은 과연 학생의 성장치를 정말로 들여다보는 기록으로 판단하는 건가”, 아니면 “얘가 어떻게 성장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을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원하는 능력치까지 왔느냐”, 혹은 딱 잘라서 대학은 어차피 학생을 선발하는 거니까 우리가 성장에 포인트를 맞춰서 열심히 적어줘도 결국 그 성장 가능성까지 우리가 모두 서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희망 사항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리죠. 교사의 기대와 학생의 능력을 잇는 그런 관찰자로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학이 구별하고 결국 뽑지 않는다면 기록은 기록이고 그 중에 일부가 대학을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역으로 이야기 하면 대학에서 어느 정도 쓰일지 모르고 대학에서 원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걸 알면서도 의미를 부여해서 성장의 관점으로 쓸 수도 있고, 또 그런 것 보다는 대학에 어필할만한 내용으로 또 쓸 수도 있고. 그래서 “기록은 또 기록대로 좀 애매하다” 내지는 “원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수업이 다 기록되고 이것이 ‘입시에 복무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게 왜곡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편집부 : 교수평기가 기능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신 것 같아요.


윤종배 : 개인적으로 ‘일체화’라는 표현도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일체화라는 말보다는 일관성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어요.


이상규 : 저도 고등학교 교사로서 어떤 방향으로 생활기록부를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활동식 수업을 하면 (소위) ‘생기부에 써줄 건’ 되게 많은데 정말로 써줄 걸 위해서 이런 것들을 하는 느낌도 있어요. 어떠한 활동을 하면, “얘가 진로가 뭐니까 그 방향으로 써주면 더 좋겠다” 이런 방향도 분명히 나오고요.

예전에 지역 모임에서 모 선생님을 모셔다 수업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때 선생님께서 자신의 진로 희망과 관련한 역사적 인물 및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수행평가를 진행하시더라고요. 오늘날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사 입장에서 이 수행평가는 아이들 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것과 관련해 최적의 수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론 수업이 평가에 자꾸 매몰되어 가는 느낌도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평가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입시가 머릿속에 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술 방향도 매년 달라지는데, 어느 해에는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서술해야 한다 하더니 또 어느 해에는 한 것만 ‘객관적으로’ 서술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비중도 줄어든다는 식으로 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 성장 발달에 대해서 서술하는 게 아니라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기록이 아닌가하는 회의감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의 부담은 높아져만 가고 있고요.


조혜민 : 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결국은 “우리가 이 역사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윤종배 선생님께서도 아까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은 학생들이 학생들의 언어로 어떤 식으로든 표현할 때, 발표할 때,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우리 역사 교실에서 일어나야 하는 배움은 무엇이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계속 돌아가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편집부 : 개인적으로 ‘교수평기 일체화’라는 시도가 교육 일선에 주는 좋은 ‘인사이트(insight)’가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교사가 매 시간 글쓰기 활동을 하는데 이러면서도 시험은 역사적 사실이나 순서를 체크하는 객관식 시험으로 본다고 하면 학생 입장에서 “그건 이율배반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필시험을 100% 서・논술형으로 바꾸어 시행한다던지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수업의 흐름과 평가를 일치하게 해보자는 취지로 본다면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역사과의 본질이나 수업의 의미 자체에 대해서 배움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현상은 왜 나타날까요. 물론 교수평기 일체화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시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은 억울해하실 수 있지요. “우리가 입시주의자(입시에 매몰된 사람)인가”라고 하는 억울함도 있을 수 있고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워낙 고등학교에서 수업 혁신에 대한 반발이 많으니까 “너희 이렇게 하면 대학입시에 도움도 된다”는 방향을 유도하려고 한 거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방금 선생님들께서 문제제기 하신대로 대학 가기 위한 역사수업처럼 되는 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윤종배 : 저는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 “왜 역사를 역사답게 수업하고 평가하지 못하게 됐을까”를 생각하다보니까 키워드의 하나로 사료학습이 있는 것 같아요. 사료 학습에 대한 시각과 활용은 너무나도 다른데요, 교사가 사료를 곁다리로 언급하거나 교과서에 있는 참고자료 혹은 개인적으로 학습지에 있는 사료를 언급하며 교사의 설명을 입증하거나 인물의 스토리나 사건의 정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재로 교사의 설명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주로 쓰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제일 이해하기 쉽다는 단군의 건국 이야기조차 교사가 줄줄이 해석해주며 제정일치, 농경사회, 선민사상 등 교과서 밑줄식 수업으로 간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사료학습은 진짜 사료학습이 아니라 강독 혹은 자기 말을 입증하는 방식, 말로 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그야 말로 자료 같은 것이었고 사료를 사료로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역사답게 배움이 일어나는 사료학습에 대해 이렇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이 사료를 ‘누가’ 썼고, ‘어느 시점’에 썼고, ‘어떤 계급이나 신분’의 입장을 반영했고, 어떻게 ‘해석’했을까, 또 그 사람의 기록 말고 당대 다른 사람의 기록은 비슷한지 다른지 등을 보면서 학생들이 역사적 탐구를 하게 만들어야 하지요. 그런데 우선 교사 자신도 대학 때 그렇게 트레이닝이 안 돼 있었고 교직에 나와서도 그렇게 깊게 한 번 공부해 들어가서 그 시대를 나름대로 읽어내며 “이 사람은 이렇게 보는데 나는 다르게 보는데 왜 다르지? 무엇이 닮았지?” 이러면서 생각이 커 나가는 게 역사 공부라는 경험을 하지 못했죠.


두 번째 문제는 현실적으로 교과서에 담긴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걸 할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사료를 아주 일부만 쓰면서 ‘나는 사료학습을 하고 있어’ 라고 일종의 위안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나온 얘기가 아까 조혜민 선생님의 말씀대로 교육과정 재구성 얘기가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힘을 줄 때와 힘을 뺄 때로 나누어서 단원 자체를 어떤 단원은 수행평가 과제로 단원을 쪼개서 수행하고 그렇게 해서 줄인 시간을 설명이나 활동 시간으로 확보하는 데 쓰자. 이렇게 단원으로 조절하는 방식이 있고 단원 안에서도 9차시나 10차시면 특정 차시는 10차시로 늘리고 특정 차시는 2개를 하나로 그냥 합쳐버리고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있고요. 그런 조절을 위해선 미리 연간계획을 짠다든지 한 학기 단위, 분기 단위로 요 대목만큼은 역사의 매력에 한 번 빠질 수 있게 사료 학습을 찬찬히 좀 해보자는 계획을 짜는 게 필요한데, 대개는 2월말이나 3월말쯤에 재빨리 연간계획과 평가계획을 써서 내기 바쁘다보니까 [웃음] 그런 구상을 닥쳐서야 하다가 보면 미흡한 점이 많아서 힘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그런 측면이 있지요.


사료 학습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 대안이 뭐냐 구체화된 방법론이 뭐냐고 했을 땐 사료를 좀 통으로 해석해봐 하면 애들이 못하잖아요. 사료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윤문하는 작업도 해야 하고 질문하는 방식도 우리가 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심각하게 의미를 묻기보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 의미를 비교하거나 인과관계를 찾거나 선후관계를 찾거나 이렇게 좀 대조하고 비교하는 그런 과정을 좀 거쳐서 그 다음에 저마다 해석을 내리게 하는 것, 그걸 공유하게 하는 것 이렇게 좀 나름의 과정을 우리가 계속 자꾸 하면서 연마를 해야 사료학습의 노하우가 쌓이게 되는 거죠. 매번은 못해도 한 단원에 한 번이라든가 적어도 분기별로 한 번이라도 하면서 ‘아 역사는 이렇게 하는 거니까 되게 흥미롭다’라는 이런 생각을 갖게끔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고”라는 자세로


편집부 : 역사과 평가와 관련된 현안과 쟁점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생산적이고 발전적이면서도 지치지 않는 평가 혁신을 위해 우리 교사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종배 : 이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예전 유신시대에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고’라는 표현이 떠오르네요.[일동 웃음] 현재 교육부, 교육청이 하는 평가 혁신 방향은 맞는데, 찍어 누르기 방식. 바텀-업이 아닌 탑-다운 방식으로 섣불리 제도화하면서 교사들에게 주는 피로감이 있지요. 이럴 때 우리 사례를 가지고 역으로 주장을 하면서 조정해 나가야하는 측면이 있어요.

또 발생하는 민원조차 자꾸 시도하면서 벽에 부딪치면서 점점 사회와 학교가 지향하는 간극을 좁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온 내용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부와도 싸우고 학부모와도 싸우고 부딪치면서, 겪으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교사들이 학생들과 수업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신시대 유물을 꺼내봤어요.

일한다는 말은 큰 흐름이 맞기에 하겠다는 것이고 싸운다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나 과정에서 부딪치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수행평가를 늘리는 것, 지필을 없애라는 요구 또한 다소 강요처럼 들리죠. 교사가 저마다 형편에 맞게 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없어요.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건 일시적인 흉내지 개혁이 아니라는 거거든요. 교육감만 바뀌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교사들이 동의하고 설득이 되어 ‘내가 해보니까 요건 가능성 있더라’하는 방식으로 열어두는 거죠. 수행평가를 100%로 가도 되고 지필로 가도 되고, 섞어도 되고. 교육청에서는 다만 먼저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해나가면서 보급하고 연수해서 천천히 설득해나가며 가능성이나 실마리를 주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다. 이렇게 보는데 그 작업을 하면서 천천히 제도화 하는 게 맞고 나중에 하나의 문화가 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편집부 : 교사의 자율성 측면에서 정리해 주셨네요. 민원을 막겠다며 최소한의 수행평가를 하라는 관리자나, 수행평가 비율을 늘리라는 교육 당국이나 교사를 대상화한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어주셨고요. 그런데 다른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동-교과 교사 간에도 이견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윤종배 : 그런데 의외로 틈이 생긴 게 최근에 교육부나 평가원에서 과정평가연수 ‘타이틀’을 뭐라고 붙이냐면 ‘교사별 과정중심평가’로 붙어요. 같은 학년인데도 ‘앞 반 다르고 뒷 반 다를 수’ 있다는 거죠.


편집부 : 만약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절대평가’라는 부분이 연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평가에서 교사별 평가를 진행하면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건데 제일 뜨거운 건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네요.




부담이 아닌 교사를 위한 도구가 되는 평가 혁신을 바라며


편집부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러한 평가 혁신 요구, 선생님들께는 도구일까요, 부담일까요.


이상규 : 저는 도구라고 봅니다. 지역 자체의 보수성도 있고 해서. 이러한 요구가 없었더라면 예전의 쪽지시험 등 수행평가정도로 했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평가개선이 다채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는 도구인 것 같아요. 부딪치는 데 장애물을 제거해줬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관리자가 뜯어말렸으면 못했을 것들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혜민 : 수업 혁신 요구에 대해 ‘왜 이렇게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합니까’라고 얘기하겠지만 그 방향은 틀렸다고 얘기할 수 없기에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 개선에서 평가까지 이뤄지는 흐름을 만들고 교사 스스로 나의 수업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으면 전 안했을 거예요. 게을러서. [웃음]

그런데 도구까진 아니고요. 교육청에서 지침을 줘야 되요. “어떻게 하면 민원 안 들어온다”와 같은 지침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그렇게 해서도 민원이 들어오면 교육청에서 책임을 지고요. [일동 웃음] 아니 이건 정말 중요한 거예요! 이렇게까지 해주어야지 교사가 맘껏 수업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요. 지금은 그냥 주기만 하잖아요. 서울의 경우 수행평가를 45%이상 하라고 기준을 정해서 주죠. 개별 교사 입장에서는 평가나 채점 과정에서 민원을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잖아요. 사실 ‘부담’이죠. 그 부담이 다시 내 수업을 돌아보게 하고 내 수업이 학생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면 지금 교육청이 할 일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거죠.


윤종배 : 교육청의 노력은 있어야 마땅하고. 그럼에도 개인이 맞닿는 문제는 있어요.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개혁은 1인칭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내가 바꾸려 시도해보고 부딪쳐보며 쌓이는 거거든요. 모둠활동 저도 겁을 내는데, 하다 보니 누군가가 독박 쓰는 문제, 그걸로 인한 민원이 생기는데 이걸 푸는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계속 하면서.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운다는 말을 또 쓴다면 [일동 웃음] 싸운다는 게 골치 아프니까 개인한테 줄 세우는 걸로 끝내는 수업과 평가 문화와 싸운다는 얘긴데 좀 힘들더라도 학생들이 같이 해서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려면 계속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출발점은 공부잘한다고 하는 학생들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든요. 얘들을 설득하려면 평가에서 최대한 공정성을 띄면서도 노력한 것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 격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민원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닌가 싶고요.

부모는 결과로 나타난 수치를 보고 불만을 느끼지만 학생은 과정으로 불만을 느낄 수 있거든요. 결국 교사가 매일 마주하는 학생과 수업하며 고치고, 그 과정에서 교사도 성장하고 학생도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해법은 해보는 수밖에 없다. 해보면서 남의 방식을 받아보고 내 방식을 교실에서 적용해보고. 계속 겪어보고 경험을 공유하고 사례를 일반화시키고. 교육청에서 사례를 안내하고. 개별학교에서 공유되는 지혜 등이 계속 선순환되며 쌓아는 게 아닌가 싶네요.


조혜민 : 저는 항상 교육청에 책임을 안 진다는 점에서 불만이 많거든요. 그런데 윤종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교육청에서 민원 관련 사항을 자세하게 만들어준다고 해도 개별적인 조건이 다르기에 열정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3월에 이번에 고민해서 예년처럼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종배 : 평가라는 게 과정평가라는 말을 썼음에도 줄을 세우는 문제가 계속 의식이 되잖아요. 고등학교는 더 심하고. 그 여건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꾼다면 평가는 점수를 주는 행위 내지는 줄을 세우는 행위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가치를 판단해주는 거고 성장의 마디를 챙겨 봐주는 거라는 걸 생각해가면서요.

과정 평가가 역으로 수업을 규정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지요. 그런데 피드백 대신 피드포워드 형식으로 적절한 안내를 통해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게 하면 뒷감당이 덜 힘들 것 아니냐는 거죠. 아무리 노력해도 피드백 할 수밖에 없지만, 평가에 맞는 것만 뽑아내어 피드백 한다는 것이 우리 수업의 주목적은 아니잖아요. 애초에 수업 상황에서 피드포워드를 충분히 잘 해주면 피드백 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평가도 그 수업 맥락에 맞게 잘 될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편집부 : 수업이나 평가 혁신 요구를 당위적으로 받게 되며 선생님들이 받는 피로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학년을 맞아 우리가 마주한 평가 혁신 움직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실에 발을 디딘 상황에서의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본 거지요. 수업-평가-기록에 걸친 선생님들의 고민들 잘 들어보았고 이 대담 속 고민이 전국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과도 공유되며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며’ 2019학년도 평가 혁신을 대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상 대담을 마치겠습니다.



/ 담당 에디터 : 노슬아(서울 금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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