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잠시 정리를 하다가 잠이 들었고, 다시 일어난 시간은 06시 30분이었다. 토요일 아침 06시 30분이 늦은 시간은 아니다. 한주의 피로를 늦잠으로 풀기에 딱 좋게 늦잠을 자기 좋은 아침이고, 늑장을 부려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재충전의 시간이다. 주말에 늦잠을 자지 않는 것도 벌써 100일이 넘었고, 대부분을 4시 30분 즈음 일어난 것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돼간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함께 했기 때문에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많은 것에 감사했고,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나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 무엇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피곤을 어느 순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통 권장하는 수면 시간이 7시간인데 4시간을 자고 있다면, 못다 잔 두세 시간을 분명 어딘가에서 채운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내가 그동안 겪어왔던 삶에 있어서는 나는 그러한 패턴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못다 잔 시간은 주말에 늦잠을 잠으로써 채울 때도 있었다. 심지어는 20시간을 누워 있어 본적도 있었다. 그런 게 아니면 일하는 중간에도 졸음은 쏟아지기 마련인 것 같다. 체력이 강하거나 피곤을 유독 잘 이기는 성향이면 모를까 보통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그날 하루는 매우 피곤해 할 것이다. 나 또 한 그랬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가 의도치도 않은 억양과 감정선이 타인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한테 그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스스로 균형 있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 봤고, 학기 중에 방학이 있는 것처럼, 일상에도 내게 줄 수 있는 방학, 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것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주말을, 그 주말을 내 삶의 쉼의 시간이라고 명명하고 오늘부터 지켜나가려고 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매우 좋은 모습이다.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일반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보다도 단시간에 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의를 해야 할 것은 점점 소모되고 소진되어가는 내 안의 에너지를 간간이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고, 가끔의 쉼이 그 시간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20여 년간 천직으로 여겨왔던 나의 본업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어떠한 역경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나는 어떤 형태든 극복을 해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번아웃이라는 것이 왔다. 번아웃이 오기 전에 조금씩 정비를 하고 에너지를 보충했었더라면 어땠을까? 가끔은 뒤를 돌아보고, 소모해 버리고 소진해 버린 나를 보듬어 줘야 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내가 잠시 한발자욱 물러 나서 생각해 보니 그러했던 것이다.
당시는 정말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봤던 것 같다. 번아웃이 되었던 사람은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오늘만 하다가, 이번 달만 하다가 끝낼 것이 아닌 이상 템포를 조절하고, 리듬 있게 삶을 그려나가야겠다. 참 다행이다. 이 순간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말이다. 많은 것을 충전하고 새로운 내일을 맞도록 하겠다.
사노라면.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