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벽 시간이란

by 시 쓰는 소년
photo by 시 쓰는 소년

새벽 4시 반에 기상을 한지 오늘로써 58일 차이다. 어느 책에서 66일이 되어야 습관이 된다고 했는데 모닝기상 챌린지 66일이 되는 날에 나는 어떻게 할까를 미리부터 생각해 봤는데 부질없었다.

(44살 4시 44분 기상인증을 제대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44RPM이라는 수식어도 새로 넣어봤다.)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마흔둘에 번아웃이 오고 나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이후로는 야근을 안 했다. 2년 됐구나. 야근을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냐는 질문도 많은데 그냥 안 하면 된다. 제 주변의 여러분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봐주시라. 전 야근 안 하렵니다.


야근을 안 한 뒤로 비는 시간에는 육아로 채웠다. 늦둥이 다섯 살 어린 딸은 늘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고 그때마다 격하게 놀아줬었다.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나면 밤 11시. 육아 전투 후에는 무언가를 하기 힘들었다. 그냥 쉬는 것 외에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를 빨리 재우고 나서 늦은 시간 뭘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차라리 같이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볼까?


저녁형 인간인 내가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나만의 시간, 나만의 안식처를 위해서는 새벽에 일어나야만 했다. 생존이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정말 힘들고 피곤했다. 그러나 새벽 시간은 내게 많은 걸 안겨줬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의 환경. 일터에서도 분명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터라 새벽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잠시, 밤사이 내 몸 안에 응축되어 있는 에너지양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래. 새벽이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산책을 나섰다. 몇 달 후면 곧 근속 20년. 쉼이 필요한 순간, 내게 새벽시간 활용이라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주어졌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photo by 시 쓰는 소년

새벽 바다의 일출을 보고 있는 오늘. 마음이 꽤 상쾌하다. 눈앞에 부서지는 새하얀 파도의 소리. 귓가에 맴도는 바람의 소리, 건조한 콧속에 습습히 베어드는 적당한 량의 바다 짠 기운. 새벽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는 있지만, 새벽이라 더욱 특별하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새벽 시간이란 '사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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