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춘설에 얼고 시들어 간 목련꽃을 기억하며.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혹독하고 매서운 추위를 겪으면서도
곧 찾아올 봄바람 소식에
마음이 설레어하던 우리들, 그리고 아이들.
나는 가장 크고 화려하게 필 거야
나는 가장 희고 아름답게 빛날 거야
나는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비출 거야
소곤소곤 재잘재잘
세상에 나아가는 순간을 한 아름 기대하며
참고 또 참았으리라.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바람 소식에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활짝 꽃잎을 펴던 그날.
뒤늦게 찾아온 추위 앞에
얼어붙은 아이들을 이내 지키지 못한
어미가지의 구슬픈 외침은
하늘 깊이, 땅속 깊이 한(恨)이 되어 새겨진다.
아희야, 함께 해서 고마웠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는 정말 행복했단다.
내년 봄에 네가 다시 찾아온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이젠 늦잠 잔다고 깨우지 않을게.
늦게 일어난다고 재촉하지 않을게.
엄마가 미안해. 영원히 너와 함께 할게.
며칠 전 뒤늦은 춘설(春雪)로 활짝 핀 목련꽃이 얼어 시들어 버렸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꽃을 피웠으나 세상과 함께 할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단, 목련 꽃뿐일까요? 꽃도 우리 아이들도 활짝 핀 세상에서
함께 따스한 봄 햇살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