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자놀이

당연히 피어나야 할 운명

생명을 대하는 관(觀)

by 시 쓰는 소년
말라버린 작약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얼마 전 한 행사장에 참석을 하였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하였다. 궁금한 마음에 나도 한달음에 달려가 사람들 사이 어깨너머로 살펴보았다.


"따뜻한 봄날이지요? 작약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가져가세요".


작약 꽃은 색감이 예쁘고 한 손에 모아 담을 만큼 봉오리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이다. 특히, 여러 겹의 꽃잎을 한 장 한 장 피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한 땀 한 땀의 노력이 마음에 전해져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런 작약을 나누어 준다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받아 들고 돌아왔다.


작약은 한 움큼 얻어온 나는 평소 아끼는 꽃병에 꽂았다. 내일이면 피겠지? 아니, 오늘인가? 아니면 다음 주?? 설레는 마음으로 만발할 작약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꽃망울을 터트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무엇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시기가 이른 것일까?


작약 꽃을 받아온 지 2주가 지난 오늘. 나는 드디어 결심을 했고, 아쉽지만 버리기로 했다. 작은 생명하나 소중하게 생각했던 나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바싹 말라죽어 버린 작약에게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잘 가렴. 그동안 애썼다'.


작든 크든 생명을 키우고 관리하는 일은 어려움이 많다. 때가 되면 밥을 줘야 하고, 물을 줘야 하고, 사랑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버리거나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도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 정현




꽃은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그 꽃을 꺾었다면, 그리고 그 꽃이 내게로 왔다면 예쁘게 봐주고 사랑스럽게 보듬어주세요. 단 한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꽃피울 수 있게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요. 그 꽃은 말이죠. 당연히 피어나야 할 운명이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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