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는 물고기를 만나 행복했다.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by 시 쓰는 소년
우측의 큰 것은 가평의 다슬기, 왼쪽의 작은 것은 아기 다슬기, 뒷배경을 채우고 있는 작은 물고기

1년 전 이맘때쯤 가평 어느 계곡으로 캠핑을 갔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들은 시원한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물장구를 치고 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민물고기와 다슬기였다. 자연의 상태에서 가져다 작은 어항에 넣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매일 물도 갈아주고 먹이도 주면서 잘 키워보겠노라고 아이와 약속을 하면서 몇 마리의 물고기와 다슬기를 집으로 가져왔다.

처음에 10여 마리였던 물고기는 점점 개체수가 줄더니 나중에 어항 속에는 물고기가 아예 없게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물고기는 거의 7개월 정도를 살다 갔다. 밤사이 무언가에 뜯긴 듯이 죽은 채로 가라앉아 있는 물고기를 볼 때는 무척 속상했지만, 그래도 키우는 동안은 온 정성을 들여 세심하게 보살폈고, 아이와 먹이를 주면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많은 행복과 감사함을 느꼈다.

다슬기는 10마리 정도 어항에 넣어두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다슬기는 당최 살아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그 존재감이 많이 없었는데, 이 또한 조금씩 개체수가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3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다슬기를 키운 지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3마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가끔 휴가나 긴 여행을 다녀와 물을 갈아주지 못할 때에도 다슬기는 꿋꿋이 어항벽에 붙은 이끼를 먹으며 그 생명력을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더 이상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되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줄어들었으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6월 1일이었다(그러고 보니 오늘이 6.25 네). 아이와 근처 계곡에서 작은 치어 몇 마리를 잡아 왔다. 물론 이 또한 잘 키우리라는 마음에서 데리고 온 것이다. 9마리. 가평에서 고기를 잡아서 키우던 경험이 있던지라 환경에 따라서는 적응을 잘 못하고 죽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에게 물고기의 죽음은 이렇더라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가평 다슬기 3마리와 동네 물고기 9마리의 합숙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열흘 정도 지났을까?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다슬기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처음에는 작고 검은 이물질이 어항 벽에 달라붙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주 작고 예쁜 다슬기 새끼였다. 그것도 10여 마리의 거뭇거뭇한 것들이 벽을 타고 열심히 기어오르고 있었다.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급히 딸아이를 불러 요리조리 다슬기 새끼를 관찰했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고, 없던 희망이 다시 생기는 순간이었다. 천천히 생각을 해 보았다. 왜 갑자기 다슬기가 새끼를 낳았을까?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다슬기는 물고기를 만나 좋은 환경이 이루어졌고, 그러면서 번식을 시작한 것 같다. 이유야 어찌 됐든 어항 속 새 가족이 늘게 되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다슬기는 물고기를 만나 행복한가 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작은 더듬이(?)를 씰룩씰룩 거리며 이리저리 어항 안을 쓸고 다니는 모습이 흡사 신이 난 아이처럼 보였다.


"채은아, 우리가 정말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잖니?!"


아이와 마주 보며 연신 웃는 하루를 보냈다. 다슬기가 물고기 만나 행복해하듯이, 우리 가족도 서로의 만남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우리 작가님들도 독자님들을 만나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집필하시길.


p.s 우리가 정말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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