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

by 방석영 씨어터
댄서.jpg 댄서 A dancer (2022. ink on korean paper. 90x70)

커피잔에 남은 둥그런 거품 자국은, 내가 머물고 고집하던 투명막이 터져버린 순간을 회상케 했다.

생명은 적어도 한 번쯤은 소생한다. 심지어 처녀지의 거치른 줄기들도 매년 이맘쯤 소생하여 새 잎과 작은 꽃을 피우지 않는가. 소생한다는 건 결코 죽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삶은 살고자 할 때 누릴 수 있으며 삶에의 의지로 풍만한 존재들을 담아내는 일도 곧 삶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한 것이다.

아직 남은 커피를 다 마시기 전엔 앞으로의 자욱을 알 수 없고, 살아보기 전엔 어떤 것도 명시될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취리히 기차역의 물 마시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