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학년을 마무리하는 수업이 끝나니, 지난해 나와 함께했었던 많은 아이들이 공중에 영사된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예상도 터무니도 필요가 없다. 어른은 그들을 휘두르려고만 애쓰기보다 가끔은 그들에게 너그럽게 휘둘려도 괜찮다. 그러면 금세 나도 터무니없는 어른이가 되어 있는데 그때란 현타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매우 신성한 빙의의 순간이다. 그때의 정체 모를 승리감은 마치 어린이 대 어른의 피구 코트에서 어린이 진영에 선 나의 반대편에 대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