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도서관

by 방석영 씨어터
홍콩의 도서관 Library in Hongkong (2023. ink on korean paper. 85x70)

#주말

일요일에는 옥상에서 풍경을 감상한다. 건물들의 윗자락부터 온 하늘까지 훤칠하다. 화폭의 2/3가 하늘이다. 게다가 두두룩한 산맥과 같은 구름덩이들이 역광을 받아 마치 그 너머서 휘황한 천지창조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프리랜서인 내게 주중, 주말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마는, '주말'이라는 소리 자극만으로 통념적 설렘이 생기는 스스로가 가소로우면서도, 그날의 보임과 들림에 대하여 아몬드 하나가 온전히 들어간 사탕처럼 성의 있을 수 있어 스스로가 기특하다 생각되는 날이다.


#전환기

한 어린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른 한 사람을 바꾸는 것, 그것에는 온 '우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어른에게 접근하려면 수많은 장막을 뚫어야 한다. 자존심이라는 장막, 익숙함이라는 장막, 상처라는 장막 등. 한마디로 한 어른을 구해내는 것은 가성비를 따져야 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우주가 신중히 시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인생에서 전환기가 있었던 사람들은 사방에 감사의 절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을 위해 온 세계가 갖은 노력을 퍼부어주었기 때문이다.


#미니어처

실물을 축소하려면 복잡하거나 자질구레한 요소들은 버리고 큰 특징만을 잘 표현해야 한다. 사람을 축소할 경우, 머리카락이나 눈코입 등 세세한 특징보다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자세, 키, 실루엣 등을 잡아내는 것이 효율적인 미니어처 작업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세상보다 훨씬 작은 종이에 세상을 나타내는 '미니어처 작가'이다. 싱거운 직업명보다 너그럽고 신나고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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