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심어도 나지 않아 6개월 넘도록 흙째로 방치해 온 화분 두 개에 비교적 쉬이 싹을 틔우는 파프리카 씨앗을 심었더니 싹이 나기 시작했다. 죽은 것 같은 땅에도 가능한 씨는 반드시 있다. 그 둘에게 서로는 그저 역동적일 뿐이다.
슬픔과 기쁨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슬픔의 대기를 눈물로 가수분해하여 떠도는 분자들을 재조합하면 기쁨으로 다시 태어나니, 온갖 비커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내 연구실의 재료일 뿐이다. 그것들이 닥쳤을 때의 나의 행태와 습성을 관찰하기 위한 몇 가지 시약일 뿐이다.
나에 대한 연구에서 큰 성과를 내려면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여러 가지 시약을 모으면 좋겠다. 지나쳐가는 감정, 길에 떨어져 있는 감정, 내 것이 아닐 것 같은 감정 등을 눈에 보이는 데로 손에 잡히는 데로 주워 모으는, 나는 감정 수집가로서 활동한다. 바빠서 감정이 '소모된다'고 여길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