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심은 호박씨의 줄기가 10cm도 안돼서 벌써 꽃봉오리를 남발하니 나는 직감적으로 '얘가 위태롭구나.' 생각했다. 사람도 극도로 힘들 때 오히려 악착같고 부지런해진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생물은 신과 같은 존재가 된다.
인생은 매듭으로 연결된 밧줄과 같다. 어느 단계의 끝에 다다르면 다른 시작점을 찾아 단단히 연결해야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이을 첫머리를 찾는 시간이 그 인생의 신과 같은 시간일 것이다.
과정을 즐기라는 말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일의 효율성과 삶의 효율성은 다르다는 거다. 일에 있어서는 시간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지만 삶에서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필요한 건 정신의 효율이다. '지어나갈 성당을 가슴속에 품은 이는 이미 승리자*'이다. 한곳에 집중하는 삶은 늦더라도 끝내 그 어떤 삶보다 고매하다.
* 생텍쥐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