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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린코 주변의 대나무숲

by 방석영 씨어터
긴린코 주변의 대나무숲 Bamboo grove around Kinrin lake (2023. ink on korean paper. 75x70)

인간사회는 카오스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과 서로에게 안정된 생각, 기지(旣知)의 삶의 모습을 요구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예측할 수 없는 타인을 대하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엉뚱한 꿈을 좇는 사람은 주변인들에게 카오스와 같은 존재여서 그 사람으로 인해 뒤흔들릴 자신들의 사고체계를 보호하려 바쁘다.

알랭 제르보의 항해기를 읽다 문득 페리를 타고 정박하는 곳마다 들렀던 때가 떠오른다. 그 모든 곳이 아름다워서 눈에 담느라 사진찍는 것도 잊었었다. 아직 나는 꿈을 꾼다. 지구를 돌아다니니는 삶. 화려한 곳이 아니라 자연 냄새, 사람 냄새나는 무사기한 풍경들을 보고 싶다. 남들 보기에 데이터도 선례도 없는, 설령 그로테스크한 삶이어도 난 아무러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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