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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가족과.

by 방석영 씨어터
심슨 가족과. With the Simpsons (2023. ink on korean paper. 76x70)

중고책을 샀는데 첫 장에 손글씨로 '00 언니에게 97. 2.25에 00가.' 이렇게 쓰여있다. 그 둘은 영원이란 걸 느꼈을까. 사람이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영속된다. 무엇과 엮인다는 것은 하나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다른 것의 에너지와 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는 거다. 새로운 것은 또 다른 하나가 되어 엮일 기회를 찾는데, 내게 그 책이 온 것도 그들이 함께 덖어낸 커피콩의 향이 내 코에 닿아 책과 내가 또 다른 하나의 향으로 완성된 것이다.

둘 이상이 하나가 된 사람의 미래는 끝이 없는 영원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정신을 지탱하는 것은 '생겼는데 보이지 않는 것, 주고받았는데 실체가 없는 것' 그런 것이다. 출몰하는 토성처럼, 아스라한 꿈의 장면처럼, 힐베르트 호텔의 무한개의 객실처럼 분명 있지만 확실치 않은 것이 인간을 영원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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