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의 카페에선 밝지 않은 붉은 조명과 저 타는 하늘이 함께 저기가 여긴지, 여기가 저긴지 모를 넘나듦의 성단을 이룬다. 내 안의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그들 빛결을 타고 오래 전의 초여름부터 지금껏 개봉되지 않은 편지로 날 이끌었다.
몰라도 되는 것은 모를 필요가 있다. 몰라도 되는 것이란 건, 알아서 딱히 좋을 것도 없거니와 알려고 접근하면 되려 더 머얼리 튕겨져 나가 상처만 남기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난 내 앞의 편지를 뜯어보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