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의 조건이 열악한 경우엔 그 대상에게 온 마음, 온 힘을 바치는 존재가 곁에 있어야 한다. 누가보아도 흔들리기 쉬울 것 같은 이뿐 아니라 오히려 겉보기에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는 이 조차 뒤에서 그를 지켜주는 사람이 없다면 인간세상으로부터 도태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미미하게나마 나의 식물들에 시선을 쏟아본다. 한창 맺히고 있는 파프리카 열매, 고것에 내가 쏘아대는 빔은 다른 어떤 것을 볼 때와도 같지 않다. 스스로 무르익어야 함이 서글픈 그 숙임, 때로는 모든 무르익는 것 특유의 섹슈얼함, 그 목마름의 바이브.
그러고 보면 독창(獨創)함은 혼자가 아닌 존재와 존재 사이의 유의미한 연(緣) 안에서 가능한 것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