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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에서의 식사

by 방석영 씨어터
노천에서의 식사 An open-air meal (2025. ink on korean paper. 130x130)

내게 일어나는 현상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재미없는 일보다는 주위의 사물들에 의미를 담아보는 놀이를 해본다. 사람이 특정 사물을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법에서 의미를 유추한다. 가령, ‘머리빗’은 대체로 머리 모양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되니까 자기 관리, 자기 사랑, 자신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다고 나름대로 설정하는 식이다. 또는 그 대상의 형태, 모습에서 뜻을 유추할 수도 있는데, 이러저러한 것들이 합쳐져 하나의 맛진 탑을 이루는 햄버거가 여러 개의 자아가 공존하여 이루어진 ‘나’와 다를 바 없군, 이런 식이다.

이 놀이를 하다 보면 세상에 쓸데없는 것은 없음을 1차적으로 깨닫고, 인간 보편의 시선을 톺아봄으로써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고질의 확증편향 버릇을 잠시 놓을 수 있으며, 잊고 있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반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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