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귀'는 하나의 문턱이다. '자신'이라는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이기도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나'를 체험하기 위해 통과하는 검문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마을을 탐험하다 보면 가끔 낯선 민속을 체험한다. 그중 하나가 언덕의 배웅이다. 그곳에 오르기까지의 나를 보아온 언덕이 드디어 가뿐히 내리막을 타는 나를 어화어화, 등 떠밀어준다.
인간은 마을의 어귀를 잠깐사이에 넘어가지만 사실 그 짧은 시간이 영원과 무한이라는 에너지를 함축한 깊은 협곡과 같으며 지나는 사람의 안에서는 전 우주의 오로라쇼가 펼쳐지고 그는 그 이벤트의 엄연한 주인공이다.
환상이란 것은 시간의 시적 휘어짐이며 예를 갖춘 지방색이다. 어귀 저 너머에는 몇 년 전의 나, 어린 시절의 나, 1년 후의 나, 20년 후의 나 등 나이가 다른 '나'들이 동시에 걷고 있으며 그중에는 다른 생을 사는, 성별이 다른 내가 있기도 하다. 가끔 내가 지칠 때 열 살 적의 내가 지금의 나를 올려다보며 웃어주면 다시금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