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만드는 공간의 분위기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의 디테일을 통해 알아보는 공간의 분위기

by Bang


유럽에서의 조식은 항상 빵, 요거트, 치즈, 햄, 따뜻한 커피로 시작한다. 스위스 계란은 항상 색이 입혀져 있다. 그 이유는 색을 칠해 삶은 계란임을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스위스 바젤은 특유의 풍경이 있다. 바로 바젤 전차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도시 교통수단 중 하나이다. 녹색은 바젤 시내 대부분의 노선을 운영하며 주황색 트램은 바젤 주변 주인 바젤란트 까지 이어지는 노선을 운영한다. 특히나 바젤은 트램노선과 인도, 차도의 구분이 불명확해 경계가 없다. 하지만 차량보단 사람이 우선으로 길을 건널 땐 사람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다.


오늘은 스위스 바젤 리헨에 위치한 렌조피아노의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미술관에 방문했다. 미술관에 방문하여 렌조의 디테일과 공간의 세련된 분위기에 놀라며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위로가 무엇인지 방문하고서야 나 또한 눈물을 조금 훔쳤다. 사실 공간에서 이렇게 감동을 받아본 적이 몇 없어 나로서도 조금 특별했던 기분과 경험이었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의 항공샷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명료한 사각형태(항공에서 바라봤을 때)의 건물이 감동을 주기도 참 어려운 것이다.

바이엘러를 마주하기 전 공원의 여러 예술품들을 먼저 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눈 건 스위스 예술가 피슐리/바이스가 만든 조각품인 '우리는 눈사람을 사랑한다.'로 자연과 인공성 사이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눈사람은 미소를 띤 표정으로 냉장고 안에 갇혀있다.



입구로부터 잔디밭에 좁고 길게 난 길을 따라 건물의 정면이 아닌 조금 치우친 측면에서 건물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바이엘러의 오픈은 9시이다. 9시 오픈에 맞춰서 방문하였다. 개인적으로 미술관은 조금 더 일찍 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아침, 새벽 공기에 오직 들리는 건 새소리 일 때 미술관의 느낌은 참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바이엘러와 같은 '빛'으로 공간을 만드는 미술관은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그 시간들을 더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번 편은 미술작품에 대한 글은 작성하지 않겠다. 본 글은 오로지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이라는 미술관의 공간, 분위기, 촉감, 색감, 느낌, 냄새, 온기 등 경험에 의한 글을 작성하고자 한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은 정면에 수공간이 있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이엘러의 앞마당은 주로 작품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한 이유로 주된 미술관의 인상은 작품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띤다.


바이엘러 미술관은 일반 미술관들과 다르게 자연과 하나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형을 따라 순응하는 모습과 주변 자연들과 함께 땅 속에 묻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은은하게 그 자리에서 땅에 스며든다. 넓은 자연과 함께 있는 건물은 하루동안의 빛을 가장 잘 끌어들인다.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미술관인 만큼 최고의 땅이지 않나 싶다.


대부분은 자연친화적인 미술관이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숨겨 형채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건물 형채가 전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물 주위를 이루는 자연들이 하나를 이루어 건물이 완성되는 만큼 그 자연들과 함께 건물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물의 모습은 자연과 함께인 그 모습이 건물의 모습인 것이다.



미술관의 측면을 따라 내부로 입장하게 된다. 따뜻한 빛과 이를 마주한 붉은 벽돌들은 빛을 건물 내부까지 깊숙이 빨아들이는 느낌을 준다. 11월 공기가 차가운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빛을 받은 건물은 따뜻한 인상을 준다. 벽돌 하나하나 전부 다른 문양을 가지지만 이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 주는 분위기는 정말 아름다웠다. 건물은 북동쪽을 가리키며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처음 대상지를 접했을 때 매우 길고 좁은 부지 내에 도로와 면한 벽이 하나 있고, 그 벽과 평행하게 두 번째 벽이 이어져 있었다. 이로부터 미술관의 계획방향성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도로에 면한 벽을 따라 진입하는 건물과 벽과 벽의 모듈은 8m로 이루어져 있다. 도로에 바로 면한 미술관이지만 도로를 따라 길게 면한 벽 덕분에 도로로부터 소음을 막고 오로지 자연으로 열린 미술관처럼 다가온다.


지붕과 캐노피의 디테일은 정교하다. 내부에 채광을 드리울 프레임과 유리 이들이 어떻게 결합할 지에 대한 렌조의 고민들을 상상해 본다. 반투명한 유리를 넘어 하늘과 함께 캐노피를 바라보게 된다.

캐노피에서 왜 유리판 밑에 철제 프레임을 쓰고 저런 철제판을 사용했을지 궁금해 온다. 재료의 투명한 성질에서부터 오는 가벼운 지붕의 느낌. 렌조 피아노는 부유하듯 떠 있는 지붕을 '나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연못에 뻗은 기둥과 벽들 사이 열주는 25m의 길이를 가진 건물의 깊이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자연에 둘러싸인 미술관인 만큼 빛이 만드는 그림자 또한 무시할 수 없이 아름답다. 건물 외벽은 마치 자연이 그림을 그리는 캠버스와 같다. 자연이 자신의 모습들은 미술관 외벽에 그려내며 건물은 자연이 그린 그림과 함께 존재한다. 나무의 그림자가 마치 건물의 기둥인 듯이 나무가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만 같다.


빛의 세기, 방향에 따라 바뀌는 그림자 그림들은 자연과 건물과 긴밀히 소통하는 듯한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다. 벽돌 무늬와 함께 그림자에 리듬을 더하는 듯 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이번 건물을 경험하면서는 사진을 디테일하게 의도가 드러나 듯 담진 못했다. 그 이유는 사진,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그 디테일들이 수백만 가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들은 눈으로만으론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렌조는 자연광을 공간 내로 끌어들이면서 수많은 스케치와 모형으로 빛이 만드는 공간의 분위기와 미술관 내 작품들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 고민을 하였다.

자연광을 미술관 내로 드리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연광을 여러 차례 반사시켜 간접적으로 내부에 드리우는 방법, 렌조처럼 공간 전체에서 빛을 받는 방법. 렌조는 프레임과 유리만으로 빛을 투영시켜 공간을 전체적으로 같은 리듬감을 주었다. 얕게 퍼져 들어오는 자연광은 오히려 미술품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미술관의 서쪽에 접한 면은 미술품들을 전시하는 전시장을 연결해 주면서 자연과 접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자 전이공간이다. 기다란 미술관의 벽을 따라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공간이자 서쪽의 넓은 자연을 풍경으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장뿐만 아닌 이곳에선 자연이라는 작품을 담듯 투명한 유리로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선 매년, 계절마다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작품처럼 담는다. 작품뿐만 아닌 이곳에서 본 풍경 또한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이다.


바젤의 건물임을 보여주는 붉은 반암은 지역 내 성당과 같은 건물을 대표하는 붉은 벽돌과 비슷한 색감으로 지역의 상징성을 나타낸다. 건물이 있기 전 대지에 대한 존중과 장소성은 재료적인 측면에서 장소성을 이어가고자 한 듯하다


벽과 벽 사이를 미묘하게 간격을 두어 자연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몰래 숨어 자연과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공간이며 묵직한 느낌을 덜어낸다.

미술관에 접근할 때 마주한 입면방향이다. 연못과 작품, 그리고 투명한 유리를 넘어 보이는 자연 잔디밭까지 하나를 이루어 아름다운 작품 같다. 연못은 밖의 자연과 공간의 작품들을 반사시켜 더욱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연못의 수련과 마주 보고 있는 모네의 수련은 더욱 빛이 난다.

여러 건물을 다닐 때마다 건축보단 풍경에 놀라고 풍경보단 건축에 놀라고 때론 건축과 풍경이 어우러져 그 누구도 서로보다 더 빛나려 하지 않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전체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느낀다. 나무 하나하나가 빛, 나뭇잎, 물 하나하나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좋은 건물이 되기 위해선 대지의 속성과 이야기들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불어오는 바람이 몸속에 퍼지는 듯이 느끼게 되었다.


건물 주위를 , 내부를 걸을 때마다 멈춰서는 그곳은 건물이, 그 공간이 ‘여길 봐봐’라고 소개해 주는 것만 같았다. 공간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여 본다. 바람을 여길 따라 불어오며 햇볕은 잠시 기다리라고 한 듯이 잠시 존재감이 없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초기스케치로 보이는 검정 스케치는 마치 렌조가 자연과 마주하는 미술관을 설계할 때 자연(곡선)과 미술관(직선)과 함께 어울리는 미술관을 위한 스케치로 보인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80% 정도 불투명 처리된 유리 스크린으로 형성된 패널은 비스듬히 배치되면서 완전한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는 해변에서 파라솔의 원리와 비슷하며 작업을 완성되었을 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평화롭고, 가볍고 공기 중에 떠 있는 듯하다. 패널들은 남쪽을 마주 보고 비스듬히 서 있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화이트 큐브의 공간 덕인지, 직사광선이 여러 단계를 거쳐 들어오는 은은한 자연광 때문인지 공간의 분위기는 모호하며 마치 꿈속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서측 잔디밭에서 건물을 보진 못했지만 가게 된다면 서측 잔디밭에 머리를 대고 건물을 바라보길 추천한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풍경에 큰 매력을 느낄 것이다.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Renzo Piano Foundation _ Fondation Beyeler, 2008

렌조피아노의 건물의 분위기는 참 세련되었다. 시각적인 것뿐만 아닌 공간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묘하게 있다. 다른 렌조의 건물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말 간결한 재료와 형태로 명확한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일반적인 건물에선 볼 수 없는 깔끔하고 특이하고 정갈한 마감에서 그 디테일을 찾을 수 있다.

렌조스타일의 디테일이 하나 둘 모여 전체를 완벽하게 꽉 붙잡는 게 건물 전반적으로 나타나며 이런 점에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


특히나 렌조의 디테일 철학은 여느 건물과 다른 제스처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자인의 완성은 디테일로 그 완성도를 마무리한다. 건물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디테일로 분위기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렇게 바이엘러 파운데이션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미술관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가장 매력이 있다. 또한 자연광을 주로 하는 건물인 만큼 저녁의 모습 또한 궁금하다. 건물을 경험하면서 눈길은 작품뿐만 아닌 풍경과 그걸 관람하는 사람들이 하나를 이루어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작품들 사이로만 가는 시선이 아닌 자연, 사람으로 반복해서 향하는 시선으로 더 흥미로운 경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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