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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26. 2023

썩지 않기

인생 아이템 3가지

#글루틴 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매일 글을 내어놓는 생활을 하고 있다. 글쓰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내가, 브런치라고 하는 멋진 공간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니, 우선 믿기지 않는다. 이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글을 이어본다. 


글루틴. 글향작가님의 오늘의 글감은 '썩지 않기'이다.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질질 흘리는 사람은 언젠가는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정철 < 영감달력 > 중에서


물론 정철 작가님께서 얘기하시는 땀의 의미란,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의, 그 느낌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뭔가를 잘 해 보려고 열심히 찾아보고 움직이고 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땀으로 비유되면서, 그렇게 계속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썩지 않고 '살아있다'는 의미같다.


내가 느끼는, '썩지 않기'는 '깨어있기'라는 말로 들린다.


내가 생각하는 '깨어있기'란 삶의 나른함이나 나태함에 고여있지 않고 지금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 현재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또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고 늘 깨어있으려고 하는 의식적인 행위인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아무 생각없이, 아무 계획없이 살았던 적도 있다. 그저 하루살이가 하루를 잘 살아내면 되었듯이, 나도 그 하루살이처럼 그저 하루를 잘 살아내면 그만이었다. 내일이 어떻게 되든 오늘 계란밥을 해 먹고 큰 일 없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렇게 살아는 가지만, 삶의 의미는 없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삶의 의미라는 것도 생각해 본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의미없게 살고 있지는 않다. 하루라도 한시라도 의미있게 시간들을 보내고 싶은 사람으로 변했다. 그렇게 나의 삶에 큰 변화를 준 사건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결혼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미래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퇴근하면, 친한 동생들과 치맥 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혼자가 아니니까 생각부터가 달라져야 했다. 그래도 신혼 초에는 막내 사위 노릇한다고, 애교?를 부리고 철없던 것들이 허용되었지만, 곧 이어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에 대한 무게감이 두 배가 되었다. 이것 저것 했었야해다. 땀을 흘려야했다.


두 번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아버지께서도 원하지 않았을 것 같은 가족간의 이별. 혹은 예정치 못했던 갑작스런 이승과의 이별. 등이 나에게 삶에 대한 회의를 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했기에 그 속에서 내 삶에 대한 의미와 동시에 아버지 삶에 대한 의미까지도 찾고 싶었다. 그런 노력끝에 아버지 삶에 대한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모두가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러면, 모두가 죽는다면, 뭐 그렇게 잘 살 필요가 있나?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맞다. 그렇게 살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내가 어떻게 설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죽더라도 사는 동안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모사>와 <글루틴>을 하게 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 변화를 있게 한 그 세번째이다. 글쓰기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만 같던 내가 무엇에 끌렸는지 한 인스타 피드를 보고 들어간 곳이 '글로 모인 사람들'의 줌미팅 장소였고, 스테르담 작가님께서 "글을 내어 놓는 삶입니다'라는 말씀에 꽂혀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어 <글쓰기의 묘한 희열>이라는 공저출간을 하게 되었고, 여러 작가님들의 조언과 격려로 '글루틴'까지 하게 되면서, 바쁨 속에서도 글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나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주고 있었다. 완전히 깨어있는 하루를 보낸다. 물론 그런 바쁨 속에 분명히 놓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런 과정도 제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니 이해하게 된다. 글루틴하면서 매일 글을 쓰게 되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더 잘 알게 되어서, 지금은 글루틴뿐만 아니라, 매일 독서하기, 매일 운동하기를 루틴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물론 피곤하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글을 쓰면서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뭔지 알았으니, 하루 이틀 하지 않더라도 영원히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가서 해야 할 것들도 인식이 되어 있어서, 마음이 푸근하다. 


오늘은 아침에 독서를 하고나서 운동하러 나서기 전에 잠깐, 운동나갈까 고민하면서 침대에 엎디려있었다. 그때 오늘따라 일찍 잠이 깬 둘째 딸래미가 옆에 와서는, 쭈뼛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팔을 벌리니 와서 안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딸래미를 안고 같이 뒹굴었다. 그렇게 딸래미와 같이 있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하루 운동은 건너가 본다. 오늘 못 하더라도 내일이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이렇듯 오늘은 체욱과 관련된 글감이었지만, '썩지 않기' 즉, '깨어있기'라는 소재로 브런치의 첫번째 글을 써 봤습니다. 앞으로도 이 세가지 인생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는 글쓰기, 독서하기, 운동하기 이 세가지로 죽는 날까지 깨어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글루틴 #팀라이트 #스테르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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