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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27. 2023

"아빠~, 마사지!"

저는 마사지사입니다.

초3 아들이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밤이면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있습니다.


"아빠, 마사지!!"


첫째가 5살 때부터인가 아이들과의 스킨십을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된 마사지인데, 주말때 어디 여행 갔다 오거나 운동 같이 하고 하면 으례히 아빠가 해 주는 행동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오늘 토요일 오후에는 대구에 교육관련 세미나가 있어서 3~4시간 다녀왔는데, 그 사이 아이들은 아파트내 여름맞이 물놀이터가 오픈했다 해서, 몇 시간동안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았나 봅니다.

아파트내 물놀이하는 둘째 딸래미
물놀이터 첫째 아들




세미나 갔다가 학원에 잠깐 들러서 하고 있던 일을 마무리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오니, 아들 딸 모두 물놀이하면서의 각자의 무용담을 늘어 놓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거실에서 지내다, 잘 시간이 되어 잠자리에 아들이 먼저 누웠는데, 아들이 저를 부릅니다.


"아빠, 마사지"


저는 이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한 4~5년 전만 하더라도, 아들이 저를 무서워하고 싫어?해서 저를 찾는 일이 없었거든요.

애가 어릴 때는, 저도 초보 아빠라, 감정 조절도 잘 안 되고해서, 울고 있는 아들에게 큰 소리도 치고, 많이 다그치기도 하고, 많이 혼내기도 했거든요. 정말 그 때, 하루는 와이프가 제게 와서 하는 말이, "시완이가 아빠, 무섭고 싫데" 라고 하는데, 쿨하게 받아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 드는 생각은 '지금 아들이 아빠에 대한 생각이 저렇다면, 혹시라도 평생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으로 아찔 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들의 아빠에 대한 생각을 바뀌놓고 싶었습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 때부터 어떻게 해야 아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한 것 중,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스킨십을 좀 해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1인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평일날은 오전 10시, 11시 출근해서 수업 준비하고 초,중,고 수업 다 하고 나면, 밤12시 다 되기 때문에, 평소에 아이들을 보고 할 시간이, 주말 말고는 거의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또 학생들 시험 기간이면 주말에도 보강수업 있기 때문에, 아이들 볼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과 저의 관계가 더 서먹해지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 보면, 엄마가 있고 엄마 주변으로만 아이들이 있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됩니다.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았습니다. 내가 평생 지키고 잘 보호해주어야 하는 우리 가족이었기 때문에, 하나씩 하나씩 해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한번씩 보더라도, 뭐 좀 강하게 기억될 만한 것이 없을까. 해서 생각해 낸 것이 아이들과의 스킨십입니다. 제가 놀아 줄 시간은 안 되니까, 마사지를 생각해 내게 됩니다.


마사지는 아내 임신했을 때, 한번씩 튼살 크림 발라주고 할 때, 종아리 마사지도 같이 해 주고 했었습니다. 그 때, 아내가 한 말 중에, "조리원 있을때, 왜 마사지 받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그 아줌마가 얘기하더라. 자기는 아이들 키울 때, 아침에 수건에 따뜻한 물로 적셔와서, 발마사지와 종아리 마사지로 아이들 깨웠다 하더라고". 저도 그 당시 와이프의 그 말에 크게 공감하여, 기억하고 있었는지, '나도 우리 아이들. 마사지를 해 주면 좀 더 낫겠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는데, 실천은 못 하고 있었는데, 아들과의 관계를 보다 좋게 하기 위해서는 뭔가 조금 다른 게 필요할 것 같아서, 마사지를 해 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마사지도 4~5년 정도 꾸준히 해 온거 같습니다. 그러니, 아이들한테도 익숙해져서 이제는 아들이 먼저, 저에게 마사지를 해 달라고 할 만큼, 아들과의 관계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들 먼저, 종아리, 발바닥, 허벅지, 엉덩이, 그리고 등 마사지를 하고 마무리 할 때쯤 되면, 한 치 옆에는 이미 둘째 딸래미가 으례히 자기 차례인 양, 푸근하게 엎드려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있으면, 아내에게도 마사지를 해 줍니다. 평소에도 다리가 자주 붓는 타입인데, 어디 조금이라도 갔다오면, 종아리 붓기가 안 빠져 고생을 합니다. 그런 아내를 위해서도 마사지 오일을 듬뿍 발라 발바닥, 종아리, 허리, 척추까지 골고루 마사지를 해줍니다. 



이러니, 제가 꼭 이 집에 '마사지사' 같습니다. 제 이름이 어떻게 불리든 간에, 그렇게 한 가정의 가장이 먼저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먼저 행동해주고 먼저 마음을 써 주면, 가족간의 관계는 더욱 더 끈끈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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