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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23. 2023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다

심리학을 알기 전에, 나는 원래 조급하고 불안한 상태의 사람이었다

어제의 #글루틴 #글향 작가님의 글감 소개는 '심리학'이었다. 누구나 많이 들어보고 관심 있어 하지만, 정작 심리를 학문으로 접근했을 때는, 그리 만만한 과목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학부생때 전공은 영문학이었는데, 심리학이 복수전공이어서 심리학이 어려운 과목인 지 잘 안다. 아무것도 모르고 교직이수하면서, 복수전공하면 나중에 임용시험 칠때 가산점이 있다고 해서, 여러 과를 고민하다가, 교육학에 심리와 관련되는 것들이 많다고 해서, 같이 공부해 두면 좋다는 선배의 말만 듣고 덥석 선택한 복수전공. 심리학...



나도 심리학을 선택할 때는, 절대적으로 선배의 말만 듣고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심리'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이랄까. 뭔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맞출 수 있다든지, 상대방의 마음을 훔쳐 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호기심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정말 환상이었다. 복수전공을 선택한 첫 학기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수강신청을 잘 못 해서, 어려운 과목만 남았던 기억이 난다. 그 어려운 과목 중에 하나가 '인지심리'였던가. 나도 1학년 때 성적은 괜찮아서, 복수전공 하더라도 공부하는데는 자신이 있었는데...


듣고 보도 못한 과목에, 쌩판 처음 듣는 심리학 용어들....그리고 심리 창시자들의 생소한 이름들과, 읽으면 읽을 수록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이론들을 공부하고서 시험 친 결과는 D-였다. 엉망진창이었다. 그 당시엔 정말 복수전공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심리학...힘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심리학 첫 학기때는 생소한 용어와 이론들로 정신을 못 차리긴 했었지만, 각 과목마다 심리관련 과제들을 소화해 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까지 알고 있던 내가 아닌, 저 내면에 있는 자아까지 파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전에는 대개 자아가 안정이 안 되고 불안한 상태였던 것 같다. 자기 중심을 못 지키고 남들 눈치를 많이 살피고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한 행동들도 많았던 것 같다.


나의 상태가 불안했던 상황애 대해서 예를 든다면, 조금 알아가는 단계의 동성 친구이든 이성 친구이든 간에 내가 문자를 했을 때, 그 때 답장이 바로 없으면, 대개 불안해 하고 혼자만의 상상을 많이 했던 스타일이었다. '왜 답장이 없지? 내가 뭐 실수라도 했나? 나를 싫어하나? 내가 마음에 안 드나?'와 같은 잡다한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채우는데, 미칠 지경까지 갈 때도 있었고, 암튼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자아존중감도 없었다. 대개 불안한 상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심리학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나씩 해 나가면서,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보통 과제들이 '자신의 트라우마 찾기' '나의 현재 성격에 대한 유아기 시절의 사건 기억해내기', '현재 성격에 영향을 준 사건들' 이라는 식으로, 어릴 때 기억들과 현재 성격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제들이 많았다(물론, 20년 전의 기억이라서 정확한 숙제명은 모름).


그런 과제를 통해서 점점 나의 성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을 그제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사건들로 인해 나의 성격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니, 내 행동들에 대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그 다음 행동이 예측이 되니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전에, 예시로 말했던, 문자 보내고 대개 불안해 하는 모습들도 과제를 하면서 언급을 하고, 그 해결책까지 내가 스스로 정해보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 과제를 하면서, 답이 없으면 극도로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그 과정은 놀라운 과정이었고, 그런 시간들을 지나니 내 스스로의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진 진 듯 했다. 그렇게 3, 4학년을 보내면서 졸업할 때 쯤에는, 정말 심리학 대학원을 다니고 싶어서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심리학을 공부한 이후로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남을 대할 때 좀 더 여유있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어느새 불안한 모습의 나 보다, 보다 당당한 모습의 나를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 심리학을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도 나의 내면에는 알게 모르게 불안한 감정이 숨어있어서, 남들을 대할 때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딘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을 알고 난 후, 나를 좀더 알게 되었고, 그 다음 상대방을 대할 때, 남들을 좀 더 이해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심리학 공부를 추천하고 싶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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