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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24. 2023

일요일엔 내가, 우리 집 안마사!

아빠, 오늘 가능해요?!

오래된 tv광고가 있다. "일요일엔 내가, 우리 집 요리사~! 농신 짜파게리!" 광고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가정에 아빠가 평소에는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 것 인진 잘 모르겠지만, 일요일이라면 내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라면 정도는 정성껏 끓여 줄 수 있다는 느낌의 광고였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평일엔 정말 가족들 볼 시간이 없다. 코로나 시기에는 더 바빴는데,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거의 대체를 해야 하다시피 하니, 모든 수업자료들을 영상화하고 수업기반 플랫폼에 많은 자료들을 만들고 바로 업로드시켜야 됐었다. 보조선생님이 한 분 계시지만, 1인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혼자서 초중고 수업을 오후 2시부터 밤 12시(지역마다 시간은 다름)까지 계속 수업을 했어야 했다. 수업 마치면 하루종일 말을 하다 보니, 기진맥진한다. 잠시 숨을 돌리면 배가 고프다. 저녁은 대충 급하게 때웠지만, 10시간의 수업 이후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프다. 


(2~3년 전 이야기이다) 

그래서 1층 편의점에 들러서 달달한 빵과 우유를 사 먹던지, 맛있는 컵라면과 탄산음료를 하나 사 와서 먹는다. 퇴근하지 않고 야식을 먹는 이유는, 새벽까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모든 수업내용을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 2~3년 동안은 거의 새벽 3, 4시에 퇴근한 것 같다.


이렇게 늦게 퇴근하니, 그렇게 퇴근하고 너튜브 좀 보고 자면, 4, 5시.

오전에 일어나 보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거나 유치원 가고 아무도 없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평일을 보내고 주말이 되어도, 코로나라서 어디 일요일 외출도 사치였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내가 먼저 코로나에 걸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일요일에도 학원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더 바쁜 시간을 보냈던 코로나 시기에, 나도 아빠였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시간을 못 내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아이들도 한참 이쁠 때인데, 같이 하지 못하니깐, 더 미안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의 관계를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과 스킨십도 할 겸, 일요일마다 아이들 재울 때, 마사지를 해 주자는 생각을 했다. 그전에도 가족캠핑이나 어디 멀리 좀 갔다 오면, 아이들과 아내 뭉친 근육들을 좀 풀어준다고, 마사지는 한 번씩 했었는데, 코로나부터는 좀 더 정기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요일. 학원 일 마치고 퇴근해 오면 일요일 저녁인데, 저녁 정도는 가족들과 함께 먹고 아이들 씻고 재울 때, 마사지를 해주었다. 당연히 마시지 오일도 미리 구비하고 제대로 해 주고 싶었다. 아이들도 마사지받는 거 좋아하다. 내가 "누워~!" 하면, 각자 자세가 취한다. 나는 대충 하는 법은 없다. 첫째든 둘째든 열심히 해 준다. 아내는 특히 종아리 부종? 이 있는데, 조금만 걸어 다녀도 종아리가 많이 붓는 타입이다. 그래서 특히 종아리 마사지는 필수이다. 이러다 보니, 일요일 밤은 다들 침대에 누워서 나를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가 끝난 지금 시점에, 예전만큼 새벽 늦게 퇴근하진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마사지라는 연결 고리로 초3이 된 아들과 7살 된 딸내미와 아직도 그렇게 서먹한 관계는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젯밤에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들한테서 반가운 문자가 왔다.

(평소에 무뚝뚝한 아들이라 거의 문자 또는 전화 안 하는 스타일) 


 

이렇게 거의 마지막 수업으로 지쳐 있을 때 아들의 달달한 문자가 와서 좋았고, 내가 아들한테 그래도 좀 필요한 존재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지난주 일요일 마사지 할 때는, 와이프가 "평일에도 시완이는 아빠 마사지받고 싶데요. 내 보고해 달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지. 내가 해 줘도 아빠만큼 시원하지 않데요."라고 하는 것이다. 또 한 마디 덧붙여서, "마사지받으면, 느낌이 좋데요"라고 한다. 기분이 좋다.


그래서, 마사지받고 있는 아들에게, "시완아, 평일날에 마사지받고 싶으면, 자기 전에 아빠한테 문자 해. 그럼 아빠가 퇴근해 와서 자고 있는 시완이 마사지해 줄 테니까, 알았지? 아빠가 너희들한테 수영장에서 패대기? 는 못 해줘도 마사지는 언제든지 해 줄 수 있어."

(*수영장 패대기- 수영장에서 친구끼리, 아니면 삼촌들이 조카들 몸을 번쩍 들어서 물속으로 패대기치듯 던지는 행동; 아들이 그런 장난을 당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나는 그런 장난... 어릴 때 심하게 당해서, 하기도 싫고 당하기도 싫어함)


이렇게 지난주 일요일에, 대화를 마무리하고 마사지받으면서 아이들은 꿈나라로 갔는데, 어제 이런 문자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 아빠가 필요한 이유가 조금 다른가 싶지만, 우리 집에서 허용되는 마사지 풍경.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출가하기 전까지 해 주고 싶다. 그래서 어젯밤에 자고 있는 아들과 딸래미...등과 다리를 시원하게 마사지 해 주었다. 물론, 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몸이 무겁지만,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행복이다.


나는야, 우리 집 마사지~사!!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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