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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Nov 13. 2023

소풍은 천상계에서 인간계로

소풍에 관한 상상

오늘 글루틴 글감은 '소풍'입니다. 소풍이라는 글감으로 글을 쓰려고 생각하니,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에 자주 갔던, 낙동강 나무숲이 생각나더라고요. 정말 한 40년 전이니까, 버스 이동 없이 갔던 곳으로, 기억이 있는데, 버스 이동 없이 편도 2시간 정도는 걸어서 소풍장소에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요즘 이런 얘기 들으면 아동학대로 신고가 들어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도, 소풍 간다는 말은 왜 그렇게 저를 설레게 했을까요?


김밥 도시락? 장기자랑? 보물찾기? 친구들과의 게임놀이?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기대였을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 소풍이라는 단어가 설렘을 주는 이유는, '일탈'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하루라는 시간을 빌려서, 잠시 일탈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설레었던 것 같습니다.


시인 천상병 님께서도, '귀천'이라는 시에서, 삶을 소풍에 비유했지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이 시에서도 생애를 소풍이라고 얘기하고 다시 하늘도 돌아간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저의 상상입니다. 


이렇듯, 인간의 삶을 '이 세상에 잠시 왔다 가는 소풍'이라고 말한다면, 어릴 때 소풍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시 '하루'라는 시간을 빌려서 잠깐 일탈하는 것이라고 제가 말씀드렸다면,


우리를 하나의 개체로 봤을 때, 천상계와 인간계가 있는데,

(종교 얘기를 떠난 이야기입니다. 편하게 들어주셔요^^)


천상계가 만약 존재한다면, '우리'라는 존재는 늘 존재하고 있고, 늘 영원한 존재로 남아 있는데('우리'라는 캐개체를 전체적으로 통제하시는 분은 계시겠지요),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고 있다가 '내일 소풍 간다'는 말을 듣고, 한 번 이동해 온 곳이 이 지구, 이 세상인 것은 아닐까?라고 상상해 봅니다.


이번 생은 한국이라는 장소와 지금의 시대를 맞이해서 소풍 와서 하루 지내고 가는 것이고, 다시 천상계로 가서 좀 지내다가 1년 뒤(천상계의 시간은 우리와 다를 수 있음)에 다시 또 다른 장소에 소풍 가는 것처럼, 그때는 또 다른 시공간에 또 다른 모습으로 소풍 갔다가 다시 천상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 보면, '우리'라는 존재는 천상계에서는 영원한데, 잠깐 지구라는 공간(인간계)에 잠깐 일탈을 실천하기 위해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의 시공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의 상상이 너무 허무 맹랑하지요. 하지만, 저는 이런 상상을 해 보니,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나'라는 존재는 어떠한 형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천상계와 인간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영원한 삶을 영위하면서 지금은 지구별, 다음 생엔 저 행성, 그다음 생엔 저저 행성에 살면서 한 번씩 소풍을 온 것처럼, 삶은 즐기다 갔으면 합니다.


우리가 한 반에서 소풍 가더라도, 장기자랑 준비해서 반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아이, 무대에 나가기는 부끄럽고, 그냥 박수만 치는 아이, 장기자랑하는데도 자기는 무대에는 관심 없고, 조금 벗어나서 딴짓을 하는 아이. 기타등등.


다양한 아이들이 많듯이, 우리네 인생살이도 여러 가지 모습일 겁니다. 그냥 각자가 생각한 장기자랑이 있다면 잘 준비해서 발표한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고, 보물 찾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그냥 시시한 공책 2권 받을 수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그날 소풍 무사히 마쳐서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 현재의 삶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 또한 이 세상에 잠깐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 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잠깐 지내다가 돌아갈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소풍동안 장기 자랑도 잘 준비하고 싶고요. 저라는 사람을 친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싶고요. 읽고 싶은 책도 가져가서 책도 읽고 오고 싶고요. 백일장처럼 글도 쓰고 갈 거고요. 선생님이 언제 돌아갈 시간이야 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까지 제가 하고 싶은, 되고 싶은 것은 열심히 준비하다가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돌아갈 때, 기억에 남는 소풍이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서, 엄마가, "정욱아, 오늘 소풍 재미 있었어? 어땠어?"라고 물으신다면,


재미있었던 것 하나하나 재잘재잘, 말할 겁니다.


"오늘 소풍 너무 재미있었어"라고요.



여러분에게도 소풍이 있다면, 돌아갈 때 기억에 남는 소풍이 되시길 바랍니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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