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로 향해 있던 마음은 언젠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존재들이 그러해도 나는 예외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순간에도
어쩌면 그 싹은 조금씩 자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살 한 살 성장한다는 건 더 큰 세상을 알아가는 설렘 속에
예상치 못한 나의 불완전함을 하나씩 품는 일이 아닐까...
아이와 어른의 중간에서 밀려오는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여린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는 딸에게서 나의 10대가 보였다.
주체할 수 없었던 시간들, 널뛰던 감정들.
왜 힘들지 않겠니? 너의 그렁그렁한 눈만 봐도 알겠고 애쓰는 뒷모습만 봐도 알겠고,
네가 '엄마'라고 부르기만 해도 알겠다.
다만
대신할 수도 없고 대신해서도 안되기에 네 꽃 같은 날들의 가시 같은 시간들이
조금은 덜 아프게 조금은 씩씩하게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시간이 훌쩍 흐르면 너 또한 단단해져 있을 테니.
엄마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함께 산책해주는 것밖에는,
좀 쉽게 넘길 수 있는 죽을 쑤어주는 것 밖에는...
나의 엄마도 그랬듯이 엄마의 시간을 똑같이 복기하며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