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50307

땡땡이

by 반하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텅 빈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좋아하는 라테를 시키곤 노트북을 켰다.

미뤄뒀던 동영상도 보고, 정리할 것들도 끄적였다.

가방에 넣어둔 펜은 살짝 굳었는지 다이어리에서 흔적만 남기다 이내 검은 잉크를 보여준다.

고마워라. 잊고 있었지만 그 역할을 펜은 잊지 않았던 모양이다.


주변이 어수선해진 걸 보니 점심시간이다.

직장이 있기에 그들 속에 있는 내 모습이 그나마 불안하지 않아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직장은 늘 그러하다. 공기처럼 그 속에선 고마움을 모르다 한 발자국만 멀어지면 고마움을 안다.)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는 엄마와 강아지에게 미안한 맘도 잠시, 지금이 즐겁다.

동료들은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그냥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거야~!"

대답하면서도 제발 잠에 밀려 아침 시간을 날려 보내지 않기를 빌었는데 잘 이겨냈다.

잠에 밀리지도, 내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강아지의 눈빛에 멈칫하지도 않았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려면 의지가 약해지니 누군가를 만나는 게 나은 게 아니냐는 동료에 말에

그건 원하는 게 아니라는 확신은 들었다.

쉬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동공을 느슨하게 풀어 아무것도 담지 않듯 주변을 바라보며 그저 쉼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 나는 지쳐있었다.

글도 싫고, 하루도 지치고, 모든 게 무료해서 그저 가끔 읽는 책 한 구절에 맘을 들킨 듯 울컥했다.


250307.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에 앉아 공간의 위로를 받으며 나는 나를 돌보는 중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