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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24

기억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것.

by 반하다

사람을 잊고, 장소를 잊고, 지금을 잊는다.

그런 병이다.

엄마는.

방금 말하고선 맴돌듯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 떠오른 이야기는 화제가 바뀌기 전까지 리플레이된다.


지난 주말 장례식에서 사촌들에게 남편을 잃은 자신의 언니를 잘 대해달라 말하고 또 말을 했다.

아직 한 참 더 들어야 될 거라고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다 돌아온 사촌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며 당부는 짧게 끝이 났다.


바라보지 않고 그저 귀로 알던 사람들의 눈빛에 짧은 당혹감과 안쓰러움이 지나는 걸 본다.

장소가 장례식이고, 적당히 나이를 먹은 그들이라 눈길에 따스함이 있지만

그걸 지켜보는 나는 여윈 엄마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옷매무새를 한 번 더 매만져 드린다.

마치 괜찮아라는 듯.


이리 빨리도 기억이 사라질 수 있을까?

했던 말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은 걷고 또 걷는 배회의 다른 모습과 같은 것일까?

자기 전 머릿속에 물음들이 오고 가다 가슴이 툭하고 멈추듯 깨닫는다.


매일 반복하는 나에 대한 걱정.

자신의 부재 후 남겨질 날들에 대한 애틋함.

그 생각은 늘 잊지 않는다는 것.


기억이 지나고 다 사라져도 눈물자국에, 가슴에 멍이 든 걱정.

그것은 마음에 크게 남아 많은 시간 엄마의 모든 곳에 배회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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