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나이가 들면 결혼, 돌잔치 같은 빛나는 소식이 줄어들고, 부고장을 자주 대면한다.
살면서 확실한 한 가지, 죽음.
그 소식 앞에서 정전이 된 집 마냥 잠시 정적을 마주한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슈.
죽음 이후엔 생각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남은 자들이 슬픔에 젖어있기보다는 절차에 따라 떠난 자를 보내주는 형식을 치러내야 했다.
바람 같은 삼일이 지나면 그제야 공기 속에 느껴지는 부재감에 멍해졌다.
이별이란 말로는 깊이를 다 채울 수 없는 죽음.
가끔 너무 힘든 날에는 죽음이라는 끝이 있는 길이라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세월이 빨리 가면 좋겠다는 말도 읊조리며 유일한 안식처인 듯 말하기도 한다.
삶은 축복이라는 것을 살면서 순간순간 느끼고, 죽음도 축복이라는 것을 순간순간 느낀다.
살아온 날들이 두터워질수록 부고는 나의 주변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알지도 못했던 분,
알지만 안면은 없었던 분,
안면은 있었던 분,
그리고 이제 내가 알고 기억을 함께 공유했던 분들...
나의 아버지까지.
언젠가 다시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인연의 마무리, 부고장.
가슴아린 어쩌지 못할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