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늦은 저녁 옆지기인 짝꿍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영화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서도 영화 속 잔인한 장면들이 드문드문 떠올랐었다. 안그래도 그 전날 부안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내가 사는 곳까지 여파가 있었는데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는 순간 '쿠~~~웅'하면서 대 진동이 느껴진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감정적으로는 자연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고, 더 이상 집안의 짐을 늘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죽기 전에 짐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 짝꿍과 지진을 주제로 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 것이다. 넷플릭스나 현대영화 대부분이 자극적인 면이 있어서 나는 점점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짝꿍의 제안으로 같이 시간을 보내고자 본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요즘말로 재밌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하고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시선과 집중을 한껏 몰입시켰다. 보는내내 긴장감이 있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인간의 이기심이 만연해지면서 나라면 저 상황에 내 것과 내 음식을 남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까 상상하며 대입해보기도 하고, 평소에 공부하던 세상에 내 것이랄 것도 나란 것도 없다는 불교철학 덕분에 그래도 내가 좀 더 이타적이고 타인과 함께 살다가 가기를 바랬다.
법정스님께서는 가능한 적게 보고, 적게 말하고, 적게 듣고, 적게 생각하고, 적게 행동하라고 하셨는데 스님의 법문을 오랜만에 듣고 나니 그 뜻이 헤아려졌다. 최근에 본 영화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문득문득 생각났는데 스님은 그러한 것들이 나의 잠재의식속으로 스며들어가 나를 형성하게 되고 그것을 키우면 현실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라 하셨다.
나는 이제 혼자 있을 때에도 생각 하나를 조심스럽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미워하는 씨앗 하나가 키워지면 나중에 어느 열매를 맺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세상에 대한 사랑의 씨앗을 마음에 품으면 누구를 만나든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세상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