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음식점은 3시에서 5시가 브레이크 타임이다. 그래서 꼭 이 시간에 오는 손님들이 있다. 그중 한 청년손님이었다. 처음에는 청년 손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종종 와서 밥을 먹었고 이제 슬슬 얼굴이 익혀질 때쯤, 근처에서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으며 점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식당에서 일한 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연휴가 길었던 어느 날 갑자기 가게에 와서 식용유 18L 1통을 빌려 갔다. 나는 출근 전 시간이라 출근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빌려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빌려갈 때 어디라고 이야기했는데, 엄마, 아빠는 제대로 듣지 못해서 누군지 몰랐다. 그래서 식용유를 갖다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못 받으면 어쩔 수 없다는 말까지 했었다. 꼬박 일주일을 채우고 갖고 왔다. 그래서 어디에서 일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또 식용유를 빌려갔다. 이번엔 어딘지 알아서 맘 편히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서 식용유를 가져다주었다. 늦게 갖다 줘서 미안하다며 간식을 가져다주면서. 바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고 가져다준 간식을 맛있게 먹었다.
또 식용유를 빌리러 왔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져오지 않았다. 열흘쯤 되었을 때, 아빠는 점장으로 일한다는 가게에 식용유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점장은 출근하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은 모르는 상황이라 빌려간 적 없다고 해서 아빠는 황당하게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급할 때는 빌려가 놓고, 나 몰라라 하다니.
그리고는 며칠이 더 지나 가게 앞에 식용유를 두고 갔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차라리 얼굴 보고 미안하다고 하고 가져다주었으면 덜 화가 날 텐데 말이다. 선의로 베풀어 준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엄마, 아빠에게는 상처로만 남은 일이 되었다. 시간이 안 돼서 혹은 낯부끄러워서 그냥 두고 갔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행동이었다. 가게의 점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재료 발주도 제대로 못해 다른 가게에서 빌리는 행동을 했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제대로 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점장이라는 자리가 너무 아깝다.
가게에 와서 종종 식사를 하고 갔었지만 이 일 이후로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이 당당했다면 밥 먹으러 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지점으로 가서 못 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일이 물론 있었고, 앞으로도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 내가 한 행동에 책임지고 사는 사람이 되도록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