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어딘가 낯이 익은 사람이 들어왔다. 목소리를 들으니 확실해졌다. 멋진 중년 여성의 배우님이었다. 드라마에서 엄마 역할로 많이 나오시는데, 너무 멋진 연기를 하시는 분이었다. 알아보고 너무나 반가웠지만 나는 알아본 티를 내지 않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반찬을 가져다 드렸다. 반찬을 먹어보시더니 "너무 맛있어요."라고 인사를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하고 주문한 음식들도 가져다 드렸다. 그때 TV에 예능이 나오고 있었고, 함께 출연했던 배우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심히 TV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런데, 하필 그 시간에 동생네 가족이 가게에 와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조카들이 TV에 정신이 팔려 밥을 먹지 않자 동생은 TV를 꺼버렸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아이들이 밥을 안 먹어서 TV를 껐다고 사과를 하고 밥을 먹었다. 배우님도 이야기를 듣자 웃으시면서 식사를 했고, 중간중간 맛있다고 인사를 해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배우님은 가셨다.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해 줬다. 방금 배우님이 왔다 갔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왜 말을 안 해줬냐고 했다. 나는 엄마한테 "말해줘도 모를 거잖아."라고 했는데, 엄마가 못 알아봐도 연기 잘 보고 있다고 인사해 주면 얼마나 좋냐고 그랬다.
나는 나름의 배려로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다. 괜히 밥 먹는데 불편할까 봐. 그런데 생각해 보니 배우님이 밥 먹으면서 맛있다고 인사해 주는 참 고마웠다. 감사인사를 받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니까 엄마 말처럼 연기 잘 보고 있다고 인사해 주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기분 좋은 감사인사를 나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호들갑스럽게 아는 척을 하는 게 아니라 가실 때 살포시 인사를 전하면 좋았을 것 같다. 감사인사를 하는 것도 안 해 버릇하면 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요즘 내가 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젠 감사인사를 꼬박꼬박 하는 버릇을 들여봐야겠다. 다음에 배우님이 다시 찾아주시면 가실 때, 좋은 연기 보여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꼭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