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좀 내버려 둬 주세요.

by BABO

우리 가게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다. 우리 가게 건물 1층에 있는 공용화장실을 사용한다. 이 공용화장실은 1층의 상가 4곳과 지하상가 1곳에서 함께 사용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인 것이다.


올 겨울 한파가 몰아친 날, 문제가 생겼다. 화장실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남자 소변기가 한파로 인해 터져 버린 것이다. 화장실에는 마치 분수가 생긴 듯 물이 흩뿌려졌다. 정말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없었다. 그것도 하필 점심장사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말이다. 일단 소변기의 물을 잠갔고 아빠는 근처에 수리 부품을 살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다. 아빠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봤고, 다행히 근처에 살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아빠는 바로 사러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하필이면 가게가 문을 닫아 날도 추운데 소득도 없이 갔다 오기만 했다. 아빠 친구에게 다른 곳을 알려달라고 했고, 가게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점심 장사를 해야 해서 구입하러 가지 못했다.


점심 장사를 마치고, 아빠는 부품을 사 와서 소변기 수리를 마쳤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군 하고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이는 시작이었다. 또 한파로 인해 터질 뻔했다.


화장실에는 큰 창문이 하나 있는데, 날이 추우면 꼭 닫아놓는다. 그런데 누군가가 계속 그 창문을 열어놓는다. 그래서 소변기가 터진 거였는데도, 또 열어놓았다. 닫으면 열어놓고 닫으면 열어놓고 반복이다. 그래서 또 터질 뻔했다. 아빠는 소변기에 보온용품으로 터지지 않게 해 놓았다. 그리고 매직을 들고 화장실에 가길래, 핑크색 마카를 들고 따라갔다. 그리고 창문에 열지 말라고 커다랗게 써 놓았다.


IMG_9383.heic


이렇게 써 놓았는데도 여전히 누군가 창문을 열어놓는다. 아무래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서 그런 것 같다는 의심만 들뿐이다. 진짜 진짜 너무하다. 잡히기만 해 봐라. 정말 화낼 거다. 화장실 창문 좀 제발 건드리지 말고 내버려 둬 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사 표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