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장 아저씨

by BABO

우리 가게에는 건설 현장 아저씨들이 많이 온다. 다양한 메뉴와 매력적인 가격, 그리고 적절한 운영시간이 현장 아저씨들에게 적격이다. 보통 현장 아저씨들은 아침, 점심을 먹는다. 6시 조금 넘은 시간에 아침을 먹고, 11시 조금 넘으면 점심을 먹는다. 적으면 3~4명, 많으면 20명 가까운 인원이 가게를 찾게 된다. 보통 이런 경우는 외상 장부를 작성하고 월별 결제를 한다. 약 1년 정도 밥을 먹게 돼서 처음에는 어색해도 나중에는 아저씨들이 참 친근해진다.


이런 건설 현장 아저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장 아저씨가 있다. 작은 키에 사투리인 듯 사투리 아닌 듯한 말투를 사용하는데, 길게 말하지 않아도 다정함이 묻어나는 말투의 아저씨다. 아저씨는 나눠주는 걸 참 좋아했다. 그래서 집에서 상추를 많이 길렀다고 상추를 갖다 주고, 김장철에는 김치를 했다고 갖다 주고 김치가 너무 푹 익었다며 갖다 주고 참 이것저것 많이도 갖다 줬다.


툭 하니 갖고 와서 오다 주웠다 느낌으로 툭 주고 가신다. 이 시기가 끈끈이주걱을 한참 키우는 시기였다. 고마운 마음에 끈끈이주걱과 화분 몇 개를 드렸다. (우리 가게에서는 야래향, 스파트필름, 바나나크립톤을 키우고 있는데, 잘라서 물에 넣어놓은 뿌리가 자라면 화분에 옮겨 번식을 시킨다. 아주 잘 자라는 친구들이라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종종 나눠드린다.) 반장 아저씨의 아내분이 다육식물을 엄청 많이 키우고 있고, 식물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나눠드렸다.


건물이 완공되자 반장 아저씨도 다른 현장으로 가셨다. 그런데 종종 근처를 지나갈 때는 들려서 밥을 먹고 가곤 했다. 그리고 건물의 하자 보수를 담당하시고 있어서, 하자 보수할 때마다 가게에 오셨다. 해가 바뀌고 오신 어느 날, 집에 끈끈이주걱이 다 죽었다며 또 키우는 것이 없는지 물었다. 아내분이 받아오라고 했다며. 아쉽게도 이미 끈끈이주걱은 다 분양했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분양 후 다시 씨앗을 심지 않아서 없다고 설명했더니 아쉬워하셨다.


얼마 전에도 다녀가셨다. 아빠는 또 하자 보수 하러 왔는지 물었고, 아저씨는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뭐 그렇게 고칠 게 많냐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재밌어 보였다. 역시 밥정은 참 대단하다. 오랜만에 봐도 낯설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밥정을 오늘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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