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가게로 전화가 왔다. 가게 위치를 묻는 전화였다. 처음 듣는 번호의 버스를 타고 오는데,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물었다. 집과 가게를 도보로 오가는 나에게 대중교통을 물어보면 잘 모르는 데다가 처음 듣는 버스 번호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뒤에 하는 말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가게에 오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게 앞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가냐고 따져 물었다. 처음 듣는 버스 번호라 잘 모르겠고 근처의 지하철 역명을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황당한 기분에 휩싸였다. 억울한 감정이 컸던 것 같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도 아니고, 가게 앞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본인 사정이고, 우리 가게 근처에 오는 모든 버스 번호를 내가 알리도 없고, 그런데 마치 가게 위치를 설명 못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상황이었다.
우리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버스 정류장은 지하철역 근처에 가야 한다. 도보로 약 5~10분 걸린다. 마을버스도 10분 가까이 걸어가야 버스 정류장이 있다. 시내버스 타는 곳과 반대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마을버스는 자주 이용해서 알고 있지만 시내버스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름 가게 근처의 지하철역은 번화가라 아주 다양한 시내버스가 다니는 곳이다. 내가 다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싶으면서도 다 알아야 하나 싶은 기분도 들고 진짜 얼떨떨했다. 만약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 아니라 시작할 무렵이었다면 장사를 엉망진창으로 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 가게 옆집은 부동산이다. 차라리 부동산에 전화해서 길을 물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런 황당한 전화를 받고 나면 정말 전화를 받는 것이 싫어진다. 평소에도 전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더욱 좋아하지 않게 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아무튼 세상엔 정말 신기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