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매니아

by BABO

밤톨 모양의 예쁜 두상을 가진 라이더 한 분이 가게에 왔다. 헬멧 안에 쓰는 모자까지 다 쓰고 있어서 정말 눈, 코, 입만 딱 나와있는 모습이다. 추운 겨울엔 꼭 필요해 보이는 복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은 항상 김치찌개를 시킨다.


처음 왔을 때는 김치찌개 주문해서 반찬을 갖다 주었는데, 반찬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렇게 두세 번 더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그 뒤로는 반찬은 주지 않았다. 항상 메뉴는 김치찌개다. 김치찌개를 국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드신다. 김치찌개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는 반찬을 안 먹는 모습을 몇 번 보더니 나중에는 큰 뚝배기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반찬을 안 먹으니 큰 뚝배기에 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로는 큰 뚝배기에 김치찌개가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아니라 작은엄마가 김치찌개를 해 준 날에는 작은 뚝배기로 해줬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내가 안 했잖아."라고 했다. 그 다음날, 또 작은 뚝배기로 주려고 하길래 엄마한테 큰 뚝배기로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 수가!! 엄마가 큰 뚝배기로 바꿔놓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니...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다 설명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한테 이럴 거면 바꾸지 말라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잘해주면 좋은데, 한 번 서운하게 하면 서운한 감정만 남으니 끝까지 해주지 않을 거면 안 해주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엄마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요즘엔 깜빡깜빡하는 게 겹쳐서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예쁘게 설명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일이니까 다음엔 진짜 예쁘게 설명해야겠다고 다짐했다.(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이 분이 왔을 때는 엄마는 잊지 않고 큰 뚝배기에 김치찌개를 했다. 이젠 정확히 기억하는 것 같다. 엄마의 기억력이 한층 상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내심 좋았다. 우리 엄마의 기억력도 늘려주고 김치찌개도 국물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드셔주시는 고마운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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