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서는 건설 현장의 외상장부를 하지 않기로 했었다. 밀린 식대를 끝내 받지 못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쯤, 한 현장의 소장 아저씨가 왔다
현장 아저씨들 몇 분이 와서 식사를 했고, 카드 결제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카드 결제를 하면 매일 지출결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소장 아저씨는 너무 힘들다며, 외상장부를 쓰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아빠가 단칼에 거절을 했다. 사실 보고 놀랐다. 그냥 해준다고 할 줄 알았는데 거절을 하다니! 아빠가 변했다!!
그렇게 소장 아저씨는 며칠 동안 찾아와서 해달라고 해달라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보증금을 내겠다고 했다. 아빠는 보증금을 내면 고민해 보겠다고 하자, 3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외상장부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또 현장 아저씨들이 우리 가게를 오기 시작했다. 11시가 좀 넘으면 적게는 5~6명, 많게는 20여 명의 아저씨들이 매일 가게에 온다. 소장 아저씨는 이 시간을 피해 혼자 와서 밥을 먹었다. 때로는 우리와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생각보다 적게 먹던 아저씨는 항상 주문할 때 반만 달라고 했다.
간혹 주문한 음식이 잘못 나올 경우는 그냥 달라고 했다. 그냥 안 먹으면 집에서는 혼난다면서 원래 주는 데로 먹는 거라고. 그래서 집에서 유일하게 칭찬받는 일이 주는 데로 먹는 거라고 했다. 가게에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면 싸주면 안 되냐고 물으며 싸달라고 당당히 말해서 엄마가 웃으면서 싸주기도 했다.
이렇게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년의 시간이 쌓여가니 많이 친해졌는데, 공사가 끝나기 전에 아저씨는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그래서 보증금을 달라고 했다.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니 일을 그만두는 게 실감이 났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현장 아저씨들은 계속 올 텐데, 소장 아저씨만 안 오게 되는 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투덜이 스머프 같던 이미지의 현장 소장 아저씨. 그동안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