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가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에 주로 오는 이웃 사장님이다. 나는 이 사장님을 뻥쟁이라고 부르곤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뻥쟁이가 확실하다.
가게에서는 주로 쫄면과 라볶이를 시켜 먹는다. 음식 주문과 함께 말을 시작한다.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는 돈이야기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지만, 작년에 매출이 얼마였다. 오늘은 매출이 얼마다. 세금은 얼마를 내야 한다. 등등...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억만장자 부럽지 않은 재력이 있다. 말하는 단위도 다 억 단위로만 이야기를 한다. 아는 사람이 달러빚을 져서라도 2억 주식을 사라고 했는데, 못 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그 주식이 3배 이상 뛰었다며 아쉽다고 했다. 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지인은 무슨 주식을 사서 엄청 수익을 봤다는 이야기를 쫄면을 먹는 내내 해도 다 끝내지도 못하고 갔다. 주식으로 돈을 번 지인들이 어찌나 많던지,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귀에 계속 들리니 진이 다 빠진다.
또 하루는 땅과 건물 자랑이 이어진다. 땅을 사고 판 이야기, 그리고 어디에 있는 건물에서는 월세가 얼마가 나오는지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이 작은 가게에 와서 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이런 자랑을 할 곳이 어지간히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빠는 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참 잘 들어준다. 아빠가 있으면 더 신나서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도 참 커서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배우들의 대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일부러 아빠한테 말을 시키거나 일을 시켜서 대화의 흐름을 막지만, 실패할 때가 많다.
엄마랑 나랑만 있는 시간에는 말을 걸어도 단답으로 끊어져서 몇 번 말을 하다 포기하고 말을 멈춘다. 나는 대답해 줄 수 있는 말이 없고, 엄마도 원하지 않은 주제라 대답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외로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대화의 주제가 너무 편향되어 있어서 나는 도저히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대화를 이어가지 못할 듯하다. 그건 아빠가 참 잘 맡아서 한다. 그냥 아빠랑 말하는 거 내버려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조금만 작게 말해 주기를 바란다. 드라마의 대사가 들릴 정도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