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 할아버지

by BABO

가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버리는 박스들이 있다. 박스를 가게 밖에 두면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가져가신다. 그렇게 다니는 어르신 중 리어카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한동안 안 보이셨는데, 최근에 다시 가게에 오시기 시작하셨다. 가게에 오시면 빨리 되는 국물 있는 메뉴로 포장해 달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알아듣기 힘들게 뭐라 뭐라 횡설수설하시다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고는 나가신다. 음식을 포장해서 드리면 돈을 내시고 가시는데, 가끔은 간식을 사다주시고 가신다. 하루는 커피 마시면서 일하라면서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다 주셨다. 덕분에 맛있게 마시고 힘내서 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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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할아버지와는 기억이 남는 일이 있다. 할아버지는 가끔 우리 집에서 찌개류를 포장해 가셨는데, 하루는 돈이 없으셨는지 아빠에게 조용히 그냥 포장해 달라고 하셨다. 아빠는 엄마한테 얼른 육개장 하나 포장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 엄마랑 나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아빠가 육개장 포장해 달라니까 준비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잠시 뒤에 손편지를 박스에 적어서 갖고 오셨다. 비록 가게 이름은 틀리게 적어주셨지만, 정갈한 글씨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손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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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손편지를 적으신 것 같다. 손편지를 보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간식에 비하면 식사대접은 언제나 해드려도 모자란다. 할아버지가 어려워하지 않으시고 혹시 식사가 필요한 날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찾아주시면 좋겠다.


한동안 안 보이셔서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운 리어카 할아버지. 술을 많이 드시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서 좋다. 이제 곧 봄이 올 테니까 아프지 마시고 더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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