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 미안한 마음에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려나...

by BABO


우리 가게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화분들이 2~3개 있었다. 아빠의 친구가 화분을 샀는지 받았는지 가게에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가게에 작은 화분들을 아빠가 돌보기 시작했다. 아빠는 식물을 참 잘 키운다. 가게의 화분들도 쑥쑥 잘 자랐다.


너무 커버린 화분들은 분갈이도 해주고, 가지도 잘라주고, 자른 가지들은 물에 꽂아두었다가 새로운 화분에 심어주고, 이러다 보니 가게에 화분이 너무 많아졌다. 특히 스파티필름이랑 바나나크립톤이 너무나 잘 자랐다. 아빠의 식물들은 가게에 복작복작하며 잘 자랐다.


그리고 나는 모기가 참 싫다. 그리고 모기약도 참 싫다. 그래서 가게 안에 모기를 쫓을 수 있는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열심히 알아보다가 모기가 가장 싫어한다는 식물을 알았다. 바로 야래향! 야래향은 꽃이 밤에 피는데, 이 꽃향기를 모기가 싫어해서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키우기 시작한 야래향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게 안에서 야래향이 참 잘 자랐다. 쑥쑥 너무나 잘 커서 분갈이를 해주다 보니 더 큰 화분으로 옮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많이 큰 야래향은 당근을 통해 크게 잘 키워주실 분에게 보내드렸다. 그리고 그중 한 뿌리는 가장 큰 화분으로 옮기고 가게 밖에서 자라게 두었는데, 겨울이 되자 가게에 들여다 놓았는데, 정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있지만 지금도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다시 날이 따뜻해지면 밖에 놔두어 더 잘 자라게 해 줘야겠다. 꽃이 펴야 모기를 쫓아주는데, 꽃이 안 피는 건 비밀이다.


이렇게 아주 잘 자라는 식물친구들인데, 정말 너무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다. 정말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나 싶을 만큼...


일단 스파티필름은 지나치게 잘 자란다. 거기다 계속 옆으로 스스로 번식을 하는 터에 화분이 너무 비좁게 된다. 찾아보니 스파티필름은 수경으로 키울 수 있었다. 스파티필름의 모든 화분을 다 엎어 흙을 털은 뒤 커피 테이크 아웃 컵에 넣어서 키우기 시작했다. 물만 주면 아주 잘 자란다. 문제는 물을 종종 까먹고 안 준다는 것이다. 수경으로 키우니까 물을 안 주면 바로 죽는다. 물만 주면 아주 잘 자라는데도 그 물을 주지 않아서 죽인 친구들이 많다.


바나나크립톤은 화분이 한 개였는데, 지금은 화분이 3개가 되었다. 가지가 너무 빡빡해 보여서 가지치기를 하고 난 뒤 자른 가지를 심었더니 아주 잘 자란다. 그러나 많은 가지들도 죽이고 말았다. 역시나 물을 주지 않아서였다. 바싹 마른 가지들을 보면 너무 미안하다.


야래향도 마찬가지다. 물만 주면 아주 잘 자란다. 그런데 물 때를 놓치면 잘 죽기도 한다. 가지치기를 한 후 물에 담가놓으면 뿌리도 잘 내린다. 그러나 그 물을 안 줘서 죽게 만들었다. 어제도 물을 안 줘서 바싹 말라죽기 직전이라 물을 줬더니 아침에 보니 살아났다. 정말 다행이고, 미안했다.


가끔 손님들이 식물들을 유심히 보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대답을 해주다가 잘 키울 것 같은 사람이면 나눔을 한다. 그래도 아직도 너무 많은 친구들이 있다. 물을 제대로 못 줘서 죽이면 또 너무 미안해지니까 키워줄 사람 있으면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만 주면 잘 자라는 우리 식물친구들. 더 이상 죽이지 말고, 잘 키워야겠다. 석고대죄해야 하나 라는 고민이 생기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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