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할머니 2

by BABO

감자탕 할머니는 최근 들어 가게에 들르는 횟수가 잦아졌다. 성당에서 음식 하는 봉사활동을 하셨는데, 몸이 아파서 쉬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하루는 우리 가게에 들어오면서 "갈 데가 여기밖에 없네요."라고 하셨다. 엄마는 감자탕 할머니가 오시면 쌍화차를 타드린다. 대부분 저녁 시간에 오시기도 하고, 커피는 잘 못 드시는 것 같아서 엄마는 쌍화차를 드리는 것이다. 할머니는 쌍화차를 마시면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 가신다.


과거의 자랑거리와 과거의 슬픔, 그리고 과거의 추억들까지 이야기는 끝도 없이 나온다. 어디 이야기보따리가 있는 것처럼. 아마 성당에 봉사를 가면 함께 이야기를 할 사람이 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아무 데도 가지 않으니 말할 곳이 없어서 우리 가게를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종종 할머니의 말이 버거울 때가 있다. 하루는 조카들이 가게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할머니는 가게에 들어오셔서 엄마가 타주는 쌍화차를 마시며 갑자기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벌인 이란 전쟁에 대해 말하고 싶으셨나 보다. 트럼프에 대한 욕을 시작했는데, 너무 험해서 깜짝 놀랐다. 엄마랑 나랑 있을 때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조카들이 그 이야기를 함께 듣게 되니 너무 낯부끄러워졌다. 엄마도 깜짝 놀라서 할머니에게 조용히 아기들이 있다고 말하니 할머니는 할 욕이 남았는지 큰 소리가 아닌 작은 소리로 엄마에게 말을 했다. 한참을 더 하더니 대화의 주제가 바뀌고 주제가 바뀌면서는 다시 목소리도 커지셨다.


할머니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에는 과거의 영광보다는 힘들었던 사연이 더 많다. 그 사연들이 할머니의 입을 점점 더 험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그렇게 험한 말들을 하면서 당신을 지키면서 살지 않으셨을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우아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싶어졌다. 나의 힘듦을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언행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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