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이 시작이 되지 않았던 예전 어느 날, 파리지앵이 떠오르는 바바리 차림의 외국인 청년이 우리 가게에 오기 시작했다. 처음 왔을 때 와이파이를 물어봐서 알려주었는데, 그 뒤로 자주 가게에 왔다.
이 청년이 무엇을 먹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 건 가게에 올 때마다 항상 오래 있다가 갔다는 것이다. 항상 1시간 이상씩 가게에 앉아있다가 갔다. 먹으러 오는 것보다 와이파이를 하러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이 생각이 확신이 드는 사건이 생기고야 말았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식사는 간단한 것을 했던 것 같다. 김밥 한 줄 정도? 식사를 다 마치고도 가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를 시작했다.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점점 소리가 커졌다. 비가 오는 날이라 소리가 웅웅 울렸다. 처음에는 가게에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그냥 두었는데, 한 팀, 두 팀 손님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서 가지 않았다. 식탁 위의 그릇을 치워도 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소리가 너무 커지고 가게 안의 손님들도 다 외국인 청년만 쳐다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외국인 청년에게 미안하지만 통화는 나가서 해달라고 했다. 외국인은 겸연쩍은 듯 웃더니 급하게 통화를 마무리하는 것 같았고, 통화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도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던 장면이 기억 속에 사진 한 장처럼 남아있다.
외국인 청년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전화를 꼭 하고 싶었는데, 와이파이를 사용할 장소가 우리 가게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모국어로 통화를 하다 보니 쉽게 끝낼 수 없어서 주위를 신경 쓰지 못했던 것 아닐까?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스피커폰을 통해 통화를 하던 외국인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 청년은 아직도 한국에 있을까? 아니면 본인의 나라로 돌아갔을까? 어디에 있든 와이파이가 빵빵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