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는 없어요.

by BABO

아주 이국적인 외모의 중년 남성이 가게에 들어왔다. 한참을 가게의 벽면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보더니 질문을 시작했다.


문제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영어 같기는 한데, 내가 아는 영어가 아니었다. 억양이 굉장히 센 영어였는데, 듣다 보니 영화 세 얼간이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만 들어봤던 영어를 직접 들으니 정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손님은 점점 답답해하시는데, 못 알아듣는 나도 엄청나게 답답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간신히 알아들은 단어가 치킨이었다!


손님은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싶으신 것 같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가게에는 닭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 단 한 개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노, 치킨."이었다. "닭고기는 없어요."라는 문장을 만들기가 어려워 정말 단순하게 "노, 치킨."이라니. 8~10년이 된 일인데, 아직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그리고 이 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고기랑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있는데,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소고기, 돼지고기랑 닭고기도 참 많이 먹는 고기 중 하나인데 왜 없을까? 생각해 보니 분식집에서 닭고기가 들어간 것을 판다면 치킨까스 정도인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닭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개발할 생각은 없다. 그냥 신기했다.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없다는 것이.


그때 당시에 우리 가게 근처에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파는 곳이 있었나?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식사를 할 수 있었는지 걱정스러웠다. 아무튼 이 날 이후로 우리 가게에서 닭고기를 찾는 손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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