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공기 가운데
무표정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저께는 클래식부터 가요까지 랜덤하게 틀어놓고
아는 곡이 나오면 흥얼거렸다.
또 그 어떤 날은 이유없이-아마 알면서도 외면당한
이유가 있었을거다-때문에 울었고,
또 그 어떤 날 전의 어떤 날은 차 뒷좌석에 새로운 꽃들을 왕창 앉혀놓곤 내리는 비마저 향기롭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다양하다.
하루 단위로 쪼개도 다채로운 내가 여럿 있으니,
세월을 나눠 분류하고 진열해 본 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를 만나기 전의 평범함 속의 내가 있었고,
그를 만나고 난 뒤의 명랑한 내가 있었으며,
그를 만날 수 없는 내가 되어 슬픔을 맛보기도 했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속의
나는 어떤 표정의 여자였을까, 어떤 청춘이었을까.
시간의 흐름 속에 결혼에 안착하고
다시 나와 다른 시간을 산 사람과의 평온한 조우를
다듬어나가기까지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라는 생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의 범주 속에선 또 어떤 내가 있었을까, 더듬어본다.
쪼개고 쪼개지는 시간 속의 나는 나를 잃어버려
당혹스러워야 했던 날짜들도 있었고,
뜻밖의 나를 발견하며 그마저 기분 나쁘지 않은 당혹감을 갖기도 했었다. 나는 그렇게 굽이굽이 시절을 나고 있었다
다양했다.
뭘했든 뭘하든 그래도 나니까, 좋다.
뭘해도 성에 안차다며 끌어안지 못했던 풋풋한 시절마저 좋다.
오늘도 당신이 참 좋아요, 하며 스스로에게 하트 버튼을 눌러줄 정도는 되어 버린 오늘까지 잘 서 있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