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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크샐러드 May 30. 2017

직원도, 심지어 사무실도 없지만 안전한 주식 SPAC?

껍데기 밖에 없는데 안전하다고?

‘저금리’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고 당연하다. 금리가 너무 낮다보니 1~2% 마저도 아쉽기 마련인데, 2금융권의 예금도 마뜩찮긴 마찬가지다. 안전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게 뭐가 있을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안이 있다. 




상장을 위해 태어난, 다소 생소한 “SPAC”


읽는 방법부터보자. 에스.피.에이.씨라고 읽지 않고 그대로 스팩이라고 읽는다. 우리말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 한다는데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려운 건 잊어버리자. 

일단 스팩의 정체성은 주식이다. 흔히들 주식은 위험하다고 한다. 위험하다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원금손실이 일어날 수 있고, 변동성이 크며,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제아무리 시가총액 1위의 삼성전자 주식이라도 한 시간 후, 혹은 내일, 혹은 내년이 됐을 때 지금보다 가격이 올라있을지 떨어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다. 한편 이와는 달리 미래에 가격이 약속된 주식이 있는데, 바로 오늘의 주제 스팩이다. 

 이 스팩을 쉽게 이해하려면 주식시장의 개념을 먼저 간단히 알아두는 것이 편하다. 주식에 관심이 없어도 ‘코스피, 코스닥’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말 그대로 주식 쇼핑몰 같은 곳이다.  


주식회사는 많지만 모든 주식회사의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진 않는다.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선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심사를 받아 통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빵’은 그 종류도 많고 파는 곳도 많지만 백화점과 마트에서 판매하려면 각각의 납품기준을 거쳐야하는 개념과 비슷하다. 백화점 매대에서 판매되기 위해선 구멍가게나 노점에서 파는 것보다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반드시 백화점 빵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나 백화점에서 팔릴 정도면 일단 나름의 선별과정을 거치는 게 필수라는 의미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규모나 매출, 재무상태 등등에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코스피(KOSPI)라는 시장을 백화점이라고 본다면 코스닥(KOSDAQ)은 대형마트 정도로 이해해도 무난하다.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요건은 좀 다르지만 그러한 심사를 통과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게 된 것을 ‘상장’이라고 한다. 참고로 어렵사리 심사를 통과해 상장됐다고 해서 그걸로 끝은 아닌데, 상장된 회사가 중간에 잘못돼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를 ‘상장폐지(상폐)’라고 한다.  

 자, 그럼 상장된 회사들은 뭐가 좋을까? 홈쇼핑을 보면 간혹 ‘백화점에 납품하는 제품’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게 된다. 그만큼 믿고 구매해도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상장된 기업 역시 그만큼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이므로 투자자들은 조금 더 안심을 하고 투자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은 그 위상이 높아져 투자자금을 모으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상장은 요건도 까다롭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걸리고, 여러 행정적인 소요도 많다. 이런 상장을 약간 편하게 해주는 제도가 존재하는데 이게 바로 스팩이다.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돈만 가진 껍데기 회사


스팩은 증권사가 만들어 내는 껍데기 회사다. 이 회사의 이름은 [“증권사 이름”+“00호”+“스팩”]으로 지어진다. 증권사는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직원도, 사무실도, 심지어 하는 일도 없고 오로지 돈만 있는 껍데기 회사를 만들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다.  


 잠깐! 상장이란 게 어렵다면서 이런 것도 상장이 된다고?


그렇다. 스팩은 단순히 돈만 있는 껍데기라는 게 조건이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단 한 가지다. 3년 안에 다른 건실한 중소기업을 찾아 상장심사를 도와주고 합병하여 하나가 되는 것.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상장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이미 스팩이란 껍데기 안에 투자자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상장심사만 통과하면 그 즉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증권사 입장에선 상장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비용을 혼자 독식할 수 있고, 합병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또한 스팩 주식을 갖고 있던 투자자는 껍데기 스팩 주주가 아닌 상장기업의 주주가 되어 큰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스팩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증권사는 자금을 모집해서 스팩을 만드는데, 이렇게 모인 돈은 1주에 2천원짜리 주식이 되어 코스닥에 상장된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모아 만든 스팩이라면 2천원짜리 주식 500만주가 코스닥에 올라가는 셈. 이 주식은 누구나 언제든 사고 팔 수 있지만 평상시 하는 일이 없으니 가격은 2천원에서 큰 변동은 없다. 한편 스팩에 모인 돈 100억원은 ‘증권금융’이라는 일종의 증권사가 쓰는 은행에 맡겨져 있고 여기엔 연 1% 남짓한 이자가 붙는다. (이 돈은 절대 증권사가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다.) 


그런데 스팩이 합병할 회사를 찾고 상장심사에 통과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3년. 이 안에 모든 걸 완료하지 못하면 스팩은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면 망하는 거잖아?’라고 생각했다면 앞의 내용을 잘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건 스팩은 그렇지 않다는 것. 상장폐지가 되면 처음의 가격인 1주당 2천원씩 마지막에 주식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또한 증권금융에 넣어놓은 동안 붙었던 3년치 이자도 얹어준다

 만약 합병에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어떤 스팩이 합병을 시도한다는 발표만으로도 가격이 치솟는다. 그리고 심사에 들어가면 거래가 정지되다가 결과가 나오는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주가는 폭락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통과하면 폭등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심사에 들어가기 전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결국 심사전까지는 오르다가 이후에 따른 결과는 모르는 일. 

 간단히 정리하자면 스팩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재태크를 하는 방법은, 1주에 2천원 미만의 가격으로 사두었다가
 ① ‘합병이 발표나면 심사에 들어가기 전(거래정지 전)에 파는 방법’ 
 ② ‘3년 동안 합병을 못해 상폐되는 스팩으로부터 1주당 2천원+이자를 받는 방법’ 이다. 

 안전하면서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바라는 사람에게 권하는 방법은 ②번이다. 스팩을 검색해보면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이 중 2천원 미만이면서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스팩을 사서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5년 10월에 상장돼 현재 1950원인 주식을 산다면 2018년 10월엔 2천원과 3년치 이자를 합쳐주게 된다. 계산해보면 약 17개월 후 차액은 50원, 증권금융의 이자를 연 1.2%라고 가정시 3년간 72원의 이자가 생긴다. 차액과 이자를 합치면 총 122원의 수익으로, 원금 1950원 대비 5.6%, 연 환산 수익은 약 4.4%가 된다.  

여기엔 15.4%의 세금과 주식을 사고 팔 때 약간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현재 연 1%대인 은행 예금금리보다는 월등히 높은 것이다. 더욱이 1주당 2천원 아래이니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


처음에 산 가격보다 중간에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어차피 상장폐지(만기)를 바라보고 시작한 것이므로 신경 쓰지 말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만기까지 보유한 것을 목적으로 샀는데 의도치 않게 합병계획이 나온다면 중간에 파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상장이 되더라도 주가는 2천원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상장시엔 일반 주식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만기라는 개념은 없어진다.  

스팩을 샀다면 최소한 한 달에 두 어번 정도는 확인해서 가격이 2천원을 훌쩍 넘었다면 일부라도 처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소액이라도 4~5종의 스팩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유동성. 중간에 돈이 필요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스팩을 팔아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시점의 가격에 따라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수익률만을 바라보는 맹목적인 투자는 투자가 아닌 투기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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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현우
대한민국의 재무설계는 아직도 대부분 금융상품 판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넉넉히 드리고 싶은 부모님 용돈,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여행, 지켜주고 싶은 자녀들의 꿈, 갈수록 늘어가는 대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재무관리의 본질은 뒤로한 채 감언이설로 포장된 재테크는 결국, 상품판매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분께 일확천금의 길을 보여드릴 순 없지만, 올바른 정보전달과 각 가정에 맞는 객관적인 조언을 통한 재무상담을 지향합니다. 부족하나마 지면을 통해 똑똑한 금융소비자, 현명한 돈 관리의 주체가 되시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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