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뱅크샐러드 Jun 14. 2017

뱅크샐러드의 디자인 철학

누구나 금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저희 뱅크샐러드 디자이너들은 매일 복잡한 금융상품 정보와 금융정보를 다룹니다.


어쩌면 제가 평생 한 번도 알지 못했을 어려운 예/적금의 이자율 표, 읽어도 모르겠는 카드 혜택 설명서들을 보자니, 처음엔 참 막막하고 어떻게 보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예/적금에 가입하면 그냥 받는 줄만 알았던 두꺼운 책자를 한 페이지 안에 설명해야 한다니요.


정말 제 두뇌로는 안 되겠구나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로운 여백이나 레이아웃을 사용하기도 어려웠고, 정보를 빽빽하게 담아내기 바빴습니다. 퀼리티 좋은 금융 사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이미지 사이트를 뒤져도, 1980년대 통장 같은 이미지들만 있었기에 저희는 아름다운 이미지는 여행이나 음식 앱에 주어진 특권이라 생각하기도 했죠. 디자인 욕심은 버려야 하는지, 팀 전체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을 때 이런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디자인을 하는가?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가?

그 고민으로부터 저희의 디자인 철학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과 이유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뱅크샐러드는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가


뱅크샐러드의 정체성은 '나의 자산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게 하고, 나에게 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자산 관리라는게 돈많은 자산가만 받을 수 있는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입니다. 사실 ‘금융’이란 분야는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입니다. 처음 용돈을 받거나 저금을 한 경험, 처음 내 힘으로 일해서 받아본 첫 월급, 결혼을 준비하기 위한 자금 마련, 서울로 올라와 홀로 시작한 자취 생활, … 이 중요한 순간들은 한 사람에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큰 순간들일 겁니다. 이 모든 순간에는 '금융'이라는 존재가 항상 함께 했습니다. 저금은 어떤 어린이 통장을 만들어서 시작했을 것이고, 월급을 받기 위해서 입출금계좌가 필요했을 겁니다. 결혼자금을 마련하면서는 적금을 들기도 하고 대출을 받기도 했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은행은 나의 생활에 맞게 잘 활용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의 관문은 너무 높아서 은행원이 하는 말의 반쯤을 못 알아듣고 대답만 하고 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은행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고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더 유리한 것을 고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보통 은행 직원이 추천하는 예·적금을 들게 되는데 그게 나에게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뱅크샐러드는 쉽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사용자 스스로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희가 꼭 지켜야 하는 디자인 가이드를 정했고, 저희만의 디자인 철학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1. 누구에게나 정확하고 공정한 디자인

금융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확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라는 조건 안에는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과 관계없는 모든 사람”을 포함합니다. 저희가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은 색각이상자도 저희 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내 인구 중 남성의 5.9% 여성의 0.4%는 색각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 앱의 특성상, +는 초록색으로 -는 빨간색으로 적/녹을 병행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항상 흑백으로 바꾸어 확인하거나 굵기의 변화를 주려 합니다.


예산 그래프의 적/녹 명도 차이


‘정확하고 공정함’ 이라는 말은 정확하기만 하여도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나왔습니다.

사실만은 보여줌에도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말을 많이 꼬거나 숨기는 금융상품 설명의 경우 더더욱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이미지의 경우 반쪽 사실만 보여줌으로써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저 정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정하진 않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발췌

저희는 사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판단에 도움을 주는 균형 잡힌 정보, 즉 공정한 정보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뱅크샐러드에는 카드 혜택 설명이 있습니다. 단순하고 깔끔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제약사항을 안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디자이너의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반쪽짜리 정보니 혜택이 축소되어 보이거나 확대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카드혜택 정보를 모두 상세히 나열한 디자인


2. 직관과 논리가 적절하게 배합된 디자인

너무 직관적이면 함축적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고 너무 논리적이면 해석이 어렵거나 지루합니다.


직관적 :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또는 그런 것.

직관적인 것은 거두절미하고 딱 결론만 말하는 것입니다. 'A는 B다’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사용자가 스스로 판단을 어렵게 합니다. "가장 좋은 카드는 00 카드다”라고 말한다면, 쉽겠지만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합니다.


논리적 :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또는 그러한 것.

논리적인 것은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과할 경우 지루하고 쉬운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적절하게 배열되어 있어야 이해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인 요약과 이어지는 논리적인 계산 결과 (카드 상세 설명 페이지)

양극단의 것은 너무 함축적 어서 이해가 어렵거나, 지루합니다.

저희는 주로 직관적으로 내용을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이해를 돕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가장 이해가 쉽고 사용자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3. 사용자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뱅크샐러드는 사용자가 모든 결정을 해주는 것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해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고 은행 직원의 말만 듣고 결정하는 적금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스스로 납득이 가는 선택을 하고, 정확한 판단을 돕는 것이 디자인과 기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든 사람이 스스로 더 이로운 결정을 하고 삶에 금융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저희는 금융상품 추천과 더불어 금융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매거진을 제공하고 카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조건들을 칼럼으로 제공합니다.


https://banksalad.com/contents/153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저희의 철학이 모든 디자인에 100% 녹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런칭 일정에 바빠서 또는 현실적인 제약들에 영향을 받아 소홀하게 점검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나중에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잦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희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인상 깊게 본 기사가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161년 만에 자신들의 오타를 정정했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사람의 이름을 본문과 제목에 잘못 써서 제목에서는 노스럽, 본문에서는 노스롭이라고 기제한 일이었습니다. 같은 사건을 한 뉴스가 정정보도를 하면서 인용하여 더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타를 정정했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보도’를 위한 뉴욕타임스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부정확함을 인정하고 더 정확함을 추구하려는 태도가 뉴욕타임스를 더 정확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뱅크샐러드 디자인팀도 매번 이런 가이드가 지켜지지 않을지라도, 발견하면 바로 개선하려는 태도를 지니려 노력합니다. 사무실 한 쪽에 항상 저희 디자인 철학이 적혀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뱅크샐러드 디자인팀은 누구나 금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 나가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