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방법론은 도구일 뿐이다
‘UX 디자인'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UX 방법론'은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프로세스로 정리해놓은 이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UX전공 학생과 UX 디자이너들이 ‘UX 방법론’을 공부하고 있고, 자신의 프로세스에 포함시켜 프로젝트를 다듬어 나가기도 합니다. 저 또한 UX 디자인을 처음 접했을 당시, 진정으로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 하며 열심히 방법론을 배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입사한 뒤, 기민하게 제품을 개발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스타트업 현장에서 UX 방법론을 대입하고 연구하는 방식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거대한 시장의 흐름, 생소한 타깃 군들의 핵심 Pain Point를 제한된 시간 안에 도출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우리는 여유롭게 책상에 앉아 관련 서적을 뒤지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어려움들이 반복되면서, 레이니스트 디자인팀은 ‘우리가 알고 있는 UX이론의 한계’와 ‘스타트업의 현실’ 사이에서 좋은 사용자 경험을 놓치지 않기 위한 많은 고민과 시도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 말은 '아직 정답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 정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 향하는 방향을 수시로 점검하는 것만이 제품의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방향을 점검하는 방법 중 하나로써, 머릿속에만 떠다니던 아이디어를 실체화하고 시장의 반응을 빨리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의 반응은 곧 사용자의 반응이고, 이는 스타트업 기획자들에게 ‘이정표’와 같습니다. 다행히 스타트업에서는 기획자의 의지와 내부의 합의만 있다면 시장의 반응을 비교적 쉽게 확인해볼 수 있을 겁니다. 레이니스트에서는 런칭이 예정된 기능을 런칭하기 전, 실제 사용자와 잠재 사용자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확인해보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답을 모르는 첫 시도에 대한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실패들이 미래의 거대한 실패를 막아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방향은 아님을 깨달았다는 '사실'입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면, 앞으로 나아갈 더 큰 시장을 위해, 또는 더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다음 스텝으로 향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만약 0에서 시작하는 제품이라면, 그 제품의 개발 사이즈가 크다면, 처음부터 그 모든 모습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나을 수 있습니다. 사내의 모든 아이디어를 반영한 완벽한 모습으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에는 그만큼의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완전체의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는 것은 회사에게도 팀원에게도 아주 위험한 의사결정입니다. 따라서 UX 디자이너는 ‘MVP’를 정의하고 설계해야 합니다.
MVP란 Minimum Viable Product의 약자로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을 뜻합니다. 이 말은, '기능이 덜 제공된 제품'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자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자산관리 서비스는 아주 많은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출금 통장 관리, 적금의 만기일 확인, 카드 결제대금 확인 등등 여기에 다 나열할 수도 없는 수많은 기능들 모두 ‘자산관리를 위한 기능’들입니다. 그리고 이 속에서는 반드시 MVP 기능(없으면 안 되는 기능)과, MVP가 아닌 기능(있으면 좋거나, 없어도 상관없는 기능)이 존재합니다. 이를 정의하는 과정은 각 직군에 속한 팀원들의 리소스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되어야 하며,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레이니스트 디자인팀은 MVP을 정의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1. 시장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우리의 가설이 무엇인지 정의합니다.
2. 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MVP를 설계하고 이를 반영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합니다.
3. 잠재 사용자에게 MVP 프로토타입을 체험케하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필수 기능'과 '비필수기능' 또는 '단순 매력요소 기능'으로 구분합니다.
4. 필요시, 내부 확신을 얻을 때까지 가설 검증과 이를 토대로 한 개선 과정을 반복 진행합니다.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본다는 것은 제품을 실제 세상 밖으로 내보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부 기능의 A/B테스트가 아닌 이상, 전략방향을 점검이 필요하거나 제품 전체에 대한 신속한 시장 반응 확인이 목적이라면 비공식적인 테스트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번 세상 밖으로 드러난 제품을 다시 주워 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레이니스트 디자인팀은 비공식적인 테스트로, 대부분 '대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Desk Research로부터 가설과 전략이 어느 정도 내부 합의되었다면, 우리가 정의한 ‘잠재 사용자’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검증방법도 없습니다. 그들의 의견과 노하우를 직접 들으면, Desk Research 만으로는 모호했던 사용자 세그먼트와 그들의 Needs와 Pain Point까지 훨씬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한 적절한 인터뷰이의 수는 인터뷰이의 적극성 또는 성향 등에 따라 변수가 있습니다만, 최대한 시장의 스펙트럼을 모두 만나보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프로필을 가진 인터뷰이를 만나보아야 합니다.
대면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황이 많음에도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만남에서 대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말하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해당 의견을 어떤 맥락에서 어떤 표정과 행동으로 전달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말은 비교적 솔직한 의견이고, 어떤 말은 진행자를 위한 하얀 거짓말일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기획 의사결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면 인터뷰는 아시다시피 ‘정성적인 조사’이므로 시장 전체를 대변하는 정답이 아닌,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시장에 대한 ‘참고자료’ 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직접 만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서면설문지를 꼼꼼하게 작성하여 요청하거나, 전화 인터뷰를 차선책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레이니스트 디자인팀은 대면 인터뷰를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합니다.
1) 목표 설정: 인터뷰로부터 도출하고자 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목표를 정의합니다.
2) 가설 설정: 잠재 사용자, 그리고 검증해야 될 가설 리스트들을 정의합니다
3) 인터뷰 준비: 인터뷰에 사용할 질문지와 프로토타입 등을 준비하고, 사용자 조건에 부합하는 인터뷰이와 미팅 일정을 어레인지 합니다.
4) 인터뷰 진행: 심층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5) 인터뷰 정리: Raw data들을 기획 참고자료로서 사용하기 용이한 구조로 정리 후 오늘 진행한 인터뷰에 대해 회고하며 마무리합니다.
가끔 UX 디자이너는 방법론을 위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물론 방법론은 수많은 프로젝트의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사람들의 깨달음이 정리된 성공 노하우입니다. 그러나 이 노하우가 나의 프로세스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일부만 적용했을 때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저자들 또한 자신의 방법론의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지 않고, 해당 프로젝트의 목표에 맞게 유동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제한된 비용과 실무 상황에 적용해보았을 때에도 이것이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이론인지, 지금 상황에서 다른 숏컷이 있진 않은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UX 방법론은 인사이트를 도출해내기 위한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레이니스트 디자인팀이 사용하는 방법론 1. 카노 분석법
카노 분석법은 사용자 만족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론입니다.
카노 분석법은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기획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제품의 각 기능들을 아래 3가지 지표 중 어디에 속하는지 구분을 지어보는 것입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싫다 => 필수 기능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 매력요소 기능
있으면 싫고, 없는 게 좋다 => 없어야 하는 기능
이렇게 개발이 예정되어있는 각 기능들을 나열하면 이 중 필수 요소는 무엇인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매력요소인지 등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한된 개발비용으로 인해 런칭 기능들의 우선순위를 나열해야 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또한 매력요소는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 WHY요소가 될 수 있지만 정말 강력한 WHY요소인지는 이 분석법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으므로, 인터뷰 등의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레이니스트 디자인팀이 사용하는 방법론 2. A/B테스트
A/B테스트는 사용자에게 2가지의 다른 경험을 제시하고 그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입니다.
이 방법을 진행하는 이유는 대게 정성적인 테스트를 통한 인사이트만으로 결론내기 어려워 ‘정량적인 측정방법’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들어간 A/B테스트를 위한 개발 리소스 대비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사용합니다.
최근 뱅크샐러드 앱의 온보딩 이탈률 개선을 위해 A/B테스트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OS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였으나 최대 11%까지 이탈률이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하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상하곤 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유연함이 전제조건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회사가 말하는 자유는 자유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팀원이 성공으로 향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에 속한 모든 직군의 팀원은 성공으로 향하기 위해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처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UX 디자이너는 제품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들 중에서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더 빠른 길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