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환불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였습니다.
직장인 A씨는 해외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위해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150만원을 내고 왕복 비행기표 2장을 샀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회사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미뤄야 해서 비행기표를 취소했는데요. 예매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항공사에서 1인당 30만원씩 총 60만원의 취소 수수료(위약금)를 뗀다네요.
A씨는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예매한 지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60만원을 떼는 건 너무한다”고 따졌지만, 항공사 직원은 “쇼핑몰 사이트에 이미 취소 수수료를 고지했고, 고객님도 동의한 사항”이라고 우깁니다.
과연 A씨는 취소 수수료로 60만원을 내야 할까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사는 A씨에게 취소 수수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전자상거래법에서 소비자가 계약일로부터 7일 안에는 ‘단순 변심’으로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서죠. 온라인쇼핑이나 TV 홈쇼핑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광고와 실제가 다를 수 있어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입니다.
소비자는 7일 안에는 언제든 환불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취소 수수료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A씨도 항공권을 예매한 지 이틀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취소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거죠. 항공권 외에도 전자상거래로 산 물건이나 서비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쇼핑몰이 아니라 항공사나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을 샀다면 어떨까요?
항공사나 여행사도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판매하려면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를 해야 하고, 전자상거래법 적용을 받습니다. 당연히 소비자가 비행기표를 산 지 7일 이내라면 수수료 없이 환불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와 항공사 사이에 비행기표 환불을 놓고 분쟁이 많습니다. 실제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여객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는 2012년 396건, 2013년 528건, 2014년 681건, 2015년 900건, 2016년 1262건 등으로 매년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접수된 피해구제의 유형을 보면 항공권 취소 시 과다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환불을 지연하는 등 ‘환불’ 관련 피해가 602건(53.8%)으로 가장 많았죠.
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하는 환불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예약을 취소하는 시점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항공사들은 국제 항공권에 대해 소비자의 예약 취소 시점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취소 수수료를 부과해오다가 지난해 9월 28일 공정위의 권고로 취소 시기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했습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특가 항공권(70% 이상 할인)을 제외한 비행기표를 출발일로부터 91일 이전에 취소하면 항공사에게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했죠. 출발일로부터 90일 이내에는 각 항공사가 정한 약관에 따라 취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요. 한 국내 항공사의 경우 출발일 30일 전 22%, 31~60일 전 13%, 61~90일 전 6% 등으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고 있죠.
항공사 입장에서는 온라인쇼핑몰이나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비행기표를 구입한 소비자가 7일 이내에 취소하더라도, 그 시점이 출발일로부터 90일 이내라면 수수료를 받아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소비자원에 취소 수수료 문제를 놓고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소비자원은 항공사들에게 취소 수수료를 받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합의는 잘 안 되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소비자원은 사법기관이 아니어서 쇼핑몰이나 항공사에 강제·명령을 할 권한은 없죠. 쇼핑몰이나 항공사가 소비자원의 권고와 조정을 계속 무시한다면 민사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경우 항공사에서 환불해 줘야 한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면서 “온라인쇼핑몰이나 항공사에서 계속 과도한 취소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소비자는 ‘1372 소비자 상담 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받고,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소송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홀로 민사소송에 대응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소비자원이 변호인단을 구성해 소송을 지원해주기도 합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얼리버드, 땡처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 항공권이 많이 판매되고 있지만 표값이 쌀수록 취소 수수료는 비싼 경우가 많다”면서 “항공권을 사기 전에 환불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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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장은석
서울신문에서 ‘호갱 탈출’을 연재하는 장은석 기자입니다. 기자 생활 동안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통계청, 한국소비자원 등 경제 관련 부처와 공공기관을 주로 출입했습니다. 취재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고,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살아있는 경제정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