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추천, 진짜와 장사를 구별하라!
은행 직원 추천 펀드.. 고객들은 손해를 보고, 은행은 큰 돈을 벌었다
2007년 초는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입니다. 당시에는 중국펀드를 비롯한 해외펀드 열풍이 매우 거셌습니다. 그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 한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려고 동네 근처 시중은행을 찾았다. 펀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의 조언을 얻어서 펀드 이름과 가입할 금액까지 꼼꼼히 적어서 갔다. 가입할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였다. 고객은 은행창구에 앉아, 가입하고자 하는 펀드 이름을 정확히 말하고 그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은행 창구직원은 “요새는 국내 펀드에 잘 가입 안해요. 모두 해외 펀드에 가입하십니다”라고 친절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은행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해외 펀드 세 개를 추천했다.
당시 은행 직원이 해외 펀드를 추천했던 이유는 뭘까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해외 펀드의 수수료가 국내 펀드 보다 훨씬 많아서 수수료 수익이 많이 발생하고, 둘째, 계열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 하라는 은행 본사의 지침 때문입니다.
불완전판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과거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창구직원 추천대로 중국펀드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이 후 큰 손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큰 손해를 보았지만, 은행들은 펀드 판매 시 받은 수수료 수입 덕분에 적지 않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런 일은 불완전판매의 전형적인 사례로, 금융상품 판매 시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팔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과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충분한 안내 없이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험의 경우에는 피해 금액도 크고 사례도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판매인이 노후에 많은 연금을 받을 것처럼 이야기 하며 연금보험을 판매했는데, 막상 노후에 받는 연금액이 형편 없이 적다는 피해사례를 접해 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잠깐 문제 하나를 풀어보겠습니다.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1) 본인 2) 정부 3) 금융회사 4) 잘 모르겠다
이 문제의 정답은 ‘본인’입니다. 하지만 펀드에 투자해서 손실이 발생하면 우리는 펀드를 추천해준 금융회사를 탓합니다. 혹은 잘못된 펀드를 판매한 직원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사망, 질병 등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은 저축이 아닌 비용입니다. 하지만 저축상품처럼 설명하고 권하면 혹해서 가입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해약합니다. 그리고 보험을 판매한 보험설계사를 원망합니다.
상품을 판매할 때 좋은 이야기만 하고 단점은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슬쩍 넘어가는 금융회사의 책임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금융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수수료가 많이 남는 상품을 권하고, 지점에 할당이 떨어진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금융소비자가 똑똑해지면 됩니다. 펀드를 추천 받았다면 그 펀드가 좋은 펀드인지 나쁜 펀드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보험 역시 추천해 준대로 가입하지 말고, 싸고 좋은 보험인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우리는 평생 금융회사를 이용하면서 살아갑니다. 금융회사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지금부터 금융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당장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가입 시 질문을 활용하는 걸 권해드립니다.
[ 펀드 가입 시 도움이 되는 질문]
-왜 이 펀드를 추천해 주셨나요?
- 펀드에서 발생하는 비용(수수료, 보수)은 어느 정도인가요?
- 저는 펀드 투자경험이 없는데 이런 펀드에 가입해도 되나요?
- 이 펀드의 과거 수익률은 꾸준히 좋았나요?
- 펀드 매니저는 자주 바뀌지 않았나요?
-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중 어떤 게 제게 좋은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이 펀드에는 어떤 자산들이 편입되어 있나요?
- 환율 변동으로 인해 손해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해외펀드 가입시)
- 사후관리는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 보험 가입 시 도움이 되는 질문]
- 보험상품은 사업비가 많다던데, 이 상품은 어느 정도인가요?
(10만원을 보험료로 내면 얼마가 비용으로 빠지는 지 정확히 말해주세요.)
- 만약 중간에 해약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은 어느 정도인가요? 3년, 5년 등 기간별로 알려주세요.
- 변액보험의 경우 제가 낸 돈이 모두 펀드에 들어가나요? 아니라면 펀드에 투입되는 돈은 어느 정도인가요?
- 변액연금과 변액유니버셜의 차이는 뭔가요?
- 이 상품은 저축성인가요 아니면 보장성인가요?
- 이 보험사는 안전한가요?
- 연금 수령 시에 예시된 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나요?
- 만기 시에도 원금을 손해 볼 수 있나요?
질문은 판매인들을 긴장시키고 불완전 판매를 줄이는 데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습니다. 펀드와 보험은 특히나 불완전판매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이니만큼, 가입 전 이러한 질문을 꼼꼼하게 물어보아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금융소비자" 가 되도록 합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당신이 놓치고 있는 신용카드 혜택의 진실
카드사 꼼수, 10% 할인이 30% 할인보다 이득?
재무설계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written by 송승용
돈과 금융에 대한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에 대한 건전한 철학이 사회전반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과 금융에 대한 교육을 못 받은 채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돈과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합니다. 저는 재테크가 아닌 돈에 대한 이야기,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돈맹, 금융맹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다면 경제위기도 없을 것이고 부정부패도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도 당연히 사라지겠죠?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