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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Dec 23. 2022

다큐 3일처럼

다큐 3일처럼

큰애랑 나람 참 좋아했던 Tv프로 였다.

어떤 주제를 72시간 동안 밀착 취재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의 한 서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아파트 화단을 정원으로 잘 가꾸며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이웃끼리 정원을 공유하며 음식을 나눠먹고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5년 전 빚이 덕지덕지 묻은 이도동  집을 정리하고

이 집에 이사올 때

재산도 빚도 zero였다.

모든 걸 청산하고 착잡해하는 내게 말했다.


-이 집에서는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이 밝아서 좋네요.

이도동 집에 덧정 두지 마세요. 엄마의 정원을 잃어버린 건 아쉽지만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아요.


많은 걸 버리고

옛집에서 키우던 식물 몇 개를 힘들게 데려왔지만

뱅갈고무나무 말고는 살아남지 못했다.


그래도 난 봄이 되면 꽃집 앞에서 서성거렸다.


큰애가  올여름 무척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다.


백방으로 노력해서

실수는 인정하고

누명은 벗겨져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

누명을 씌우고 조작질한 놈들을 응징할까 말 까는 고민 중이다.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돌아가보려 한다.


아파트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진 빈터가 많이 있다.

저곳에는 누명을 벗겨주십사 비는 마음으로 늦가을엔 튤립 구근을 심었다.

다행히 왜곡된 사실을 밝히고 누명은 벗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몇 번이나 건너야 했다.


큰애는 작약을 좋아한다 했다

이 작약은 우리 딸의 인생이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조작질한 놈들을 응징할지 말지는 이 꽃을 심으며 결정하려고 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참 힘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꽃을 심다 보면 바른 길을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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